6월 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일어난 성소수자 혐오범죄임이 명확한데도, 일부 언론은 이것을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테러인 것처럼 소개했다.

성소수자 혐오는 전 세계에 만연하다. 퀴어문화축제에는 한 대학교 총장까지 나서서 축제를 비난했고, 올랜도에서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며 무지개 깃발을 걸었던 한류스타는 비난을 받고 글을 내렸고, 올랜도 문제에 대해 토론하던 한 TV쇼에서는 “성소수자 혐오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패널에 분노한 출연자가 생방송 중에 퇴장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랜도 총기난사는 성소수자에겐 실재하는 위협이다. 퀴어문화축제 전에 한 대학교 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만든 트위터에서는 “퀴어문화축제에 가서 누가 칼로 그들을 찔러달라”는 트윗을 남겨 논란이 되기도 했던 걸 생각하면, 생존의 문제라고밖에 볼 수 없다.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웹툰, <어서오세요, 305호에>

<어서오세요 305호에>는 와난 작가가 그린 작품이다. 이성애자인 김정현이 대학에 들어간 후 룸메이트 김호모(본명이다)와 함께 살게 되며 겪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연재 시작으로부터 8년, 연재 종료 후 5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인생 웹툰’으로 꼽는 작품이다. 계절보다 빠르게 바뀌는 웹툰 시장의 트렌드를 생각해 보았을 때, 완결이 나오고도 이렇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는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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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305호에> 의 주인공 김정현

<어서오세요 305호에>(이하 <305호>)는 연재 당시만 해도 성소수자 희화화를 통해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했고, 자극적인 소재로 관심을 받아 조회수를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305호>는 성소수자들의 고민을 특별하게 다루지도 않고, 희화화 시키지도 않았다. 그저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풀어냈다. 김호모(이하 홈씨, 진짜 본명이다)와 룸메이트로 지내게 된 정현은 그가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고, 성소수자가 살아가는 세계와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가 같은 세계라는걸 깨닫는다. 작중에서 정현은 성소수자와 호모포비아들 사이에서 일상을 이어가며, 그리고 당사자들의 삶을 지켜보며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게 된다. 정현은 말하자면 작가가 설정한, 평범한 독자의 이미지다. 편견과 오해로 가득한 삶을 살면서도 자신은 “정상적”이라고 믿는 사람들. 때문에 독자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정현의 입장에 당사자로서, 또는 피해자나 가해자로서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중반 이후에는 정현의 비중이 급격히 낮아지게 되고, 우리 모두는 관찰자로 등장인물들의 삶을 보게 된다.

 

소중한 인생은 있어도 특이한 인생은 없다

<305호>의 주요 등장인물은 말풍선에 각자의 색깔을 가진다.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은 다른 색깔을 통해 독자들에게 시각적으로 본인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이성애자인 정현은 녹색, 게이 홈씨는 남색, 호모포비아였던 오윤성은 빨간색, 레즈비언인 윤아는 보라색이다. 양성애자인 이시한은 홈씨와 비슷한, 그러나 좀 더 밝은 파란색을 띈다. 하지만 관찰자, 즉 독자가 아닌 서로는 말풍선의 색깔을 인지할 수 없고, 때문에 서로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선 긴 시간과 오랜 대화가 필요했다.

<305호>의 인물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먼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대표적 인물이 상징 색으로 보라색을 쓰는 오윤아다. 홈씨의 남색과 오윤성의 빨간색을 합치면, 동성애자이면서 동시에 그런 자신을 혐오했던 오윤아의 보라색이 된다. 오윤아는 일부러 이성을 사귀면서 자신이 “고쳐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윤아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고통 받으며 자신을 설득한 윤아는, 마침내 자신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가까운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했다가 강제 아웃팅을 당해 인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홈씨의 경우에는, 방어적인 태도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 상황을 볼 수 있다. 정현의 경우에도 자신이 살던 삶의 경계 바깥에 있던 존재가 삶의 경계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을 인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런 고민의 중심에는 결국 “나”가 있다. 각자의 말풍선이 보여주는 색깔처럼, 자신의 정체성은 자신을 결정짓는 것일 뿐이다. 모두의 인생은 소중하고, 그렇기 때문에 특이하거나 이상한 인생 또한 있을 수 없다. 모두가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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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305호에> 4화 中 .

작가는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담담하면서도 위트 있게 보여준다.

 

‘전체’라는 이름으로

우리 모두는 흔히 70억명이 지구상에 있다면, 70억가지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너무나 쉽게 자연스럽다거나, 자연스럽지 않다거나, 규범에 어긋난다거나,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은 곧 한가지 사랑만이 진짜 사랑이라는 말이다. <305호> 에서처럼 우리의 정체성이 색깔이라면, 모두의 정체성을 한데 모아 섞어놓은 것이 ‘진정한’ 정체성이라면, 그 색깔은 칠흑 같은 어둠이 된다. 세상에 그렇게 많은 사람과, 그만큼 많은 마음이 만나는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의 방식에 단 한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우리는 뜨겁게 타오르는 붉은 태양이나 하늘과 바다가 만나 부서지는 찬란한 푸른색을 상상할 수 없다. 사람이 둥글어지면 사랑이 된다. 사랑은 사람 사이의 일이다. 서로간의 합의와 위계로 인해 강요된 것이 아니라면, 사람이 존재하는 숫자만큼 많은 사랑의 형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상적인 말일뿐, 현실은 훨씬 가혹하다. <305호>의 등장인물 한지운은 동성애자이지만, 결혼을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대로 살아남기로 결정한다. 사회가 정한 ‘평범하고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지운은 가족에게도 커밍아웃을 했지만, 자신이 ‘고쳐질 것’이라고 믿는 가족을 실망시킬 수 없기에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기로 한다. 우리는 한지운을 비난할 수 없다.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이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한지운의 결혼식에 찾아가 의연한 연기를 해야 했던 연인 백설은, 결국 식장 밖에서 무너져 내린다. 우리는 여기서 ‘평범하고 이상적인’ 로맨스의 모습을 본다. 서로 사랑했고, 서로가 아닌 이유로 서로를 떠나야 했던 많은 연인들의 모습이다. 전체의 이름으로 정체성이 하나된 세상, 암흑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의 아픔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서로가 아닌 이유로 사랑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이제 누구를 사랑해야 할까.

 

QUEER I AM!

동성애 반대자(?)들이 주장하는 “자연의 섭리”와 “전통적 규범에 어긋남”은 성소수자를 억압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한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3만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1990년대에 동성애를 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응답률은 남성의 경우 4.5% 여성의 경우 3.1%였지만 25년이 지난 뒤 조사한 결과 남성은 8.2%, 여성은 8.2%였으며, 남녀 모두와 관계를 했다고 답한 비율은 3.1%에서 7.7%로 크게 올랐다. 90년대 10% 정도밖에 되지 않던 ‘동성애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응답이 2014년에는 성인 전체의 49%까지 증가했다. 전통적 가치란 그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중요한 가치가 아니라, 사실 그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희생되어야 할 존재를 규정짓는 생각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은, 무채색의 세상에서 자신의 색채가 “평범하지 않은”것이라 고통 받고 있다.

퀴어문화축제가 있었던 주말, 올랜도의 한 클럽에서 50명이 죽었다. 그들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죽었다. 그들 또한 <305호>의 주인공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던 청년들이었다. 희생자 중에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문자를 보냈던 청년도 있었고, 해리포터의 홍보를 담당하던 청년도 있었다. 즐거워야 할 주말 저녁은 지옥이 되었고, 사랑해야 할 사람들은 처참한 주검이 되었다. 예전에는 생존을 위해 살았다면, 지금은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하는 시대라고들 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지금 이 순간이 생존을 위해 자신을 숨기려 노력해야 하는 시대라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해야 다른 사람들이 행복한 시대라면 그건 수천, 수만 년 전과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올랜도 총기난사로 희생당한 이들의 명복을 빈다. 또한, 지금 이 순간, 이 땅에 살아가는 당신들에게도 생존이 아닌 행복이 삶의 가치가 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무채색의 세상에서 무지개 깃발처럼 빛나며 살아가기를, 그리고 마침내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색깔대로 반짝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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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eavy.com)

글쓴이: 이재민

편집자: Shyv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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