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이미지: http://ifyousmoke.initiatives.qld.gov.au/ 메인화면 캡쳐

페미니즘이라곤 알지도 못하는 건강 캠페인들

들리는가, 가임기 여성들이여? 흘러가는 시간 따라 기한이 만료되는 소리 말이다. 이제 곧 당신의 난자는 전성기가 지날테고, 당신은 사회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당신이 아무리 섹시하더라도 말이다! 이탈리아 정부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최근 여성들에게 빨리 아기 만들기를 실시하라는 공익 광고를 시작한 그들 말이다. “공익광고” 포스터 하나는 모래시계를 앞으로 내밀어 흔들고 있는 여성의 사진을 싣고 다음과 같은 캡션을 붙였다. “아름다움엔 나이가 없다. 그러나 생식력에는 있다.” 보이는가? 페미니즘이 이렇게나 많이 발전했다!

이 그릇된 구상의 광고들은 이탈리아 최초의 ‘생식의 날(Fertility Day)’을 앞두고 시행됐지만, 비난을 받고 곧 취소되었다. 지금이 2016년이고, 여성들이 인큐베이터로서 숭배받기보다는 그보다 더 나은 존재로 여겨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무도 몰랐나? 또, 이처럼 정부가 여성들에게 그들의 난소에 대해 상기시키는 대신, 실업문제나 유급 출산휴가와 보육대책 마련에 힘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들도 있었다.

이탈리아의 ‘생식력 홍보’는 비록 원래 의도했던 효과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국가가 여전히 공공보건이라는 탈을 쓴 채 여성의 몸을 속속들이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데에는 훌륭한 역할을 했다. 그럼 이제 당신이 가진 여성의 몸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모든 최신 경향들을 확실히 따라잡을 수 있도록, 여성의 건강에 대한 불건전한 관심을 입증하는 캠페인 사례들을 몇 개 더 살펴보자.

술과 아기들

여성들은 종종 ‘술과 에스트로겐을 섞는다는 것은 재난급 위험요소다’라는 말을 듣는다. 첫째로는 여성은 술 마시면 강간 당하고/또는 헤르페스에 걸린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어도 당신이 여전히 당신 손에 들린 그 와인(merlot)잔을 내려놓을 수 없다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 생각은 안 하는가? 올해 초 미국의 질병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쉽게 말해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다면 가임기 여성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임신 사실을 알기 전의 여성에게 술은 (여성의 몸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에게 영구적인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미국 내 임신의 절반 정도는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며, 설사 계획되었더라도 대부분의 여성이 임신 첫달 무렵까지 임신 사실을 모르는데, 이 때 술을 마실 수도 있습니다. 이 위험은 사실입니다. 왜 위험을 무릅씁니까?

나는 길을 걸으면 차에 치일 위험이 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이 위험도 사실이다. 물론 태아알콜신드롬(foetal alcohol syndrome)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충고는 여성들의 상식을 상당히 과소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매우 불확실한  증거에 기반하고 있다. 다수의 연구에서 이미, 가끔씩 하는 가벼운 음주가 임신한 여성과 태아에게 거의 아무런 위험성도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어찌 되었던간에, 여성과 음주에 대해 펼쳐지는 끊임없는 도덕적 설교에서 가장 불만스러운 점은 그 심각한 일방성이다. 솔직히 말해 남성들에게는 (생식과 성에 관련된) 건강 관련 충고가 아예 없다시피 하지 않나. 스텔라 맥주를 한모금만 마셔도 강간범이 되어 매독에 걸릴 수 있다는 그런 건강 관련 충고 말이다. 

섹시한 유방암?

유방암은 전세계 여성에 있어 가장 흔한 암이다. 따라서 여성건강 관련 조언이 많은 부분 우리의 유방에 집중한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다만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은 이런 건강 캠페인들이 자주, 그리고 굉장히 심하게 가슴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2루는 아껴두세요(*편집자 주: ”2루”, 가슴 애무를 표현하는 속어)”나 “슴가를 구하자”와 같은 메시지에 기반한 “도발적인” 홍보 캠페인 시리즈가 있다.

또 유방암 캠페인들은 으레 ‘히힛, 찌찌래, 히히’와 같은 지겨운 조롱의 속뜻으로 넘쳐나지 않거나, 분홍색 이상을 생각해낸다면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듯 하다. 그렇다. <행동하는 유방암(Breast Cancer Action)>이라는 단체는 ‘핑크워싱(* “pinkwashing”,  번역하자면 ‘분홍 세뇌’)’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핑크워셔’란 “분홍 리본 제품을 판촉함으로써 유방암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주장하지만 동시에 유방암 유발과 관련있는 제품을 생산, 제작, 또는 판매하는 회사나 조직”을 말한다고 한다.

피상적인 흡연 캠페인들

여자는 원래 외모에만 신경쓰잖아, 안 그래? 일부 금연 캠페인을 보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예를 들어 “당신의 미래는 예쁘지 않다”는 호주의 한 금연 캠페인은 젊은 여성 흡연자들에게, 그들이 담배를 내려놓지 않으면 그들의 미래는 벌써 끝장난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여성의 미래란 당연히 남성들이 그들을 얼마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냐에 달렸다는 믿음에 기반한 생각이다. “금연하세요. 계속 예쁠 수 있게.” 그들은 여성들에게 “<흡연가인 당신의 미래의 사진 부스(Future You Smoking Booth)>에 사진을 올리고 계속 흡연할 경우 당신의 외모가 얼마나 노화되고 끔찍해지는지 보세요. 가히 충격적인 변화일 겁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늙은 여성이라니 – 당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마세요!

술을 마시면 눈에 콩깍지가 씌인다는 ‘맥주 고글’의 위험성
(*편집자 주: “beer goggles”, 맥주를 마시면 마치 고글을 쓴 것처럼 술에 취해 본디는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 만한 사람의 외모가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현상)

남성을 대상으로 한 공익 건강 캠페인들마저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는데 집착한다. 작년 테네시주의 고속도로 안전처는 무례한 메시지를 맥주컵 받침대에 새겨 남성에게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 캠페인에 대해 사과해야 했다. 예를 들면 “‘맥주 고글’ 때문에 예쁠락 말락한 여자에게 술을 사기라도 해봐라. 그녀가 막상 수다스럽고 집착 쩔며, 당신 상사의 딸이기도 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라는 식이다. 남자들이여, 상상해보라. 음주운전으로 차를 박살낸 후 깨어나 당신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못생긴 여자와 스킨쉽까지 했다는 끔찍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당신이 아직  본 적 없는 광고들

내가 언급한 이 어떤 광고 캠페인들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광고들이다. 이리도 많은 에너지를 여성의 몸에 대해 대한 도덕적 훈계에 소비하면서, 여성 건강에 대한 수많은 주제들에 대한 연구는 충격적일 정도로 아무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탐폰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해서 누구도 탐폰이 정확히 몸에 어느 정도로 해로운지 알지 못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이는 단지 ‘월경이 수치스러우며 점잖지 못한 일’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에서 비롯된 현상인 듯 하다. 즉, 사회 전반에서 월경이 너무나 터부시되어서, 과학이 감히 접근하 지 못하는 것이다 (기존에 진행된 연구들의 대다수는,  내 생각에 편견이 전혀 없을 리가 없는 탐폰 제조업체들의 지원금으로 시행되었다).

또한, 여전히 대부분의 의학 연구들은 남성만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여성에게만 작용하는 변수들이 제대로 된 대조 실험으로 통제되고 있지도 않는다. 그렇다, 현실은 우울하다. 안 그런가? 그래도 나는, 특히 피임약을 복용중이지 않은 독자에게는 더더욱, 와인 한 잔을 위안 삼아 마시라고 조언해야겠다. 당신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원제: ‘Go smoke free. Stay pretty’ – the health campaigns that haven’t heard of feminism @The Guardian
원문게재일: 2016 9 8
원문저자: 아르와 마다위(Arwa Mahdawi)
번역:  Lee Shin
편집: Jamie/M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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