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의문점은 ‘이 제도가 굳이 필요한가’ 혹은 ‘효과가 있는가’가 아니라, ‘대체 왜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이렇게 오래 걸렸는가’하는 것이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우리를 정말 얼마나 증오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형법제도 역시 그러한 우리의 무지를 바로잡기 위해 딱히 애쓴 적이 없다.”
– 저메인 그리어(Germain Greer)

뉴스테이츠맨(New Statesman)에 사라 디텀(Sarah Ditum)이 기고한 여성혐오 범죄에 관한 글에 따르면, 경찰의 증오범죄(혐오범죄) 모니터링은 현재 ‘장애, 인종, 종교,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관련 혐오 범죄를 모두 아우르고 있으나, 놀랍게도 ‘여성혐오 범죄’는 여기서 빠져 있다.

경찰은 폭력의 제도적인 근간을 알아채는 일 만에도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했지만, 이것마저도 남성 피해자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는 실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폭력의 제도적 근간은 여전히 무시당하고 있다.적어도 지금까지는 남자들이 여자들을 얼마나 증오하고 있는지 설사 알고 싶더라도 공식적인 통계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여성혐오를 증오범죄로 공식 기록하겠다는 노팅햄 경찰청의 시도가 성공하면서, 영국 전역의 경찰이 이 정책을 도입할 예정이다.

우리는 성인 및 미성년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의

20명 중 19명은 남성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영국 노팅햄 경찰청이 길거리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희롱이나 추파를 증오범죄로 분류하기로 한 ‘노팅햄 실험’은 시작부터 조롱을 피해갈 수 없었고, 수많은 기사 제목들은 ‘길거리 추파가 범죄라니’라며 비아냥대며 말도 안 되는 정책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그 후 실제로 벌어진 일의 양상은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빗겨갔는데, 노팅햄 경찰청 증오범죄 부서장인 데이브 앨튼(Dave Alton)은 정책이 실시된 이래 경찰이 현재까지 2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했으며, 이 사건들 모두 경찰력이 동원될 필요가 있었던 사건들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의문점은 ‘이 제도가 굳이 필요한가’ 혹은 ‘효과가 있는가’가 아니라 ‘대체 왜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이렇게 오래 걸렸나’이다. 우리는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는 20명 중 19명이 남성이란 사실을 알고 있고, 이런 결과가 어떤 사회에서 나타나는지도 알고 있다. 이런 통계는, 권력이 주어지는 지위의 대부분을 남성들이 꿰차고 있고,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의 일이 여성의 일보다 더 가치있게 여겨지고, 여성의 공적은 사회에서 지워지고(캐롤린 크리아도 페레즈(Caroline Criado Perez)가 지적했듯, 영국의 공공장소에 세워진 동상의 수를 보면 존(John)이라는 이름의 남성을 기리는 동상이 (황실여성을 제외한) 모든 실존했던 여성을 기리는 동상보다 많다. 1), 남성이 볼 수 있는 장소에 있는 여성들은, 남성의 시야를 침범했다는 죄목으로 무조건 남성에게 기쁨을 안겨줘야 하는 사물로 취급되는 경우가 대다수인 사회에서 나타난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남성의 폭력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증오하는 환경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라면 남성의 사정을 위해 성적으로 언제든 응하는 놀잇감이 되어 어떤 폭력이라도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의 관념을 끊임없이 주입하는 포르노 업계의 규모가 수 조원에 달하는 사회다. 또 남성들이 이 포르노를 통해 여성을 학대하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아예 복수를 뜻하는 리벤지(revenge)와 포르노를 합성한 ‘리벤지 포르노’라는 새로운 범죄 종류가 생겨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 리벤지 포르노는 ‘여성혐오라는 거대한 음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범죄라서 더욱 끔찍하다. 남자가 전 애인에게 굳이 공개적으로 망신을 줘야 한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미 혐오스러운데, 개인적으로 피해자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해서도 아니고 단지 피해자가 여자라는 이유로 노골적인 사진을 기꺼이 돌려보며 증오를 공유하길 마다치 않는 여타 남자들의 도움이 없다면 실현 불가능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남성의 폭력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증오하는 환경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성매매 단속법인 ‘멀시사이드 모델(Merseyside Model)’은 남성의 여성대상 폭력을 증오범죄로 분류하는 것이 폭력 근절의 좋은 해결책이 된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2007년부터 실시된 ‘멀시사이드 모델’에는 성매매 여성 대상의 폭력을 증오범죄로 분류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이 모델 실시 이전에는 5년간 신고된 수많은 폭행사건 중 단 한 건만이 기소되었으나, 실시 이후 기소율은 84%에 달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곰팡이처럼, 남성들의 증오는 우리 문화라는 양분을 섭취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여성혐오라는 거대한 토대에서 나온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러나 머시사이드 모델이 시행된 지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현시점에도, 남성의 여성대상 폭력을 증오범죄로 인지하는 것은 완벽히 보편화되지 못했다. 남편, 남자친구, 또는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여성을 살인해도 경찰은 이를 “여타 문제와 관계 없는 단발성 사건”으로 발표하는 것이(*또는 살해자 본인이 직접 ‘여성을 죽이고 싶어서 여성을 죽였다’고 자백한 경우에도 여전히 이를 ‘묻지마 사건’으로 발표) 여전히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사회다. 마치 이 모든 살인사건들이 남성이 여성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는 사고방식과 전혀 무관하며, 여성혐오에서 살인까지 이어지는 거대하고 악랄한 패턴이 보이지 않는 양 말이다.

여성혐오를 증오범죄로 분류하는 방법만이 이 패턴을 추적할 수 있다. 그래야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증오가 어떻게 자라나고 퍼져가는지 알 수 있다. 길거리 성희롱, 나이트클럽 성추행 등 여기저기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곰팡이처럼 퍼져가는 남성들의 증오는, 우리 문화라는 양분을 섭취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여성혐오라는 거대한 토대에서 나온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여성을 공격한 남성은 여성혐오적 사회체제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성폭행범들은, 자의든 타의든 성경험이 있는 여성을 쉬이 경멸하는 사법체계의 도움을 받고, “여자가 잔소리도 심하고 바람을 피워서 그랬다”는 뻔한 변호에 의지한 아내 살인범들은, 자신이 여성보다 우월하므로 마땅히 소유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특권의식 및 소유권 행사를 위해 살인까지 불사한 행위에 대해 판사의 공감과 이해를 받길 기대한다.

여성혐오를 증오범죄로 인식하는 것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이런 냉혹한 사회적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그래도 반드시 필요한 해결책이다.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런지 그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사라 디텀은 가디언지, 뉴 스테이츠맨 등의 매체에서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기자입니다. 그의 홈페이지는 여기에서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원제: No, it’s not ridiculous to call misogyny a hate crime @New Statesman
원문 게재일: 2016년 9월 13일
원저자: 사라 디텀 (Sarah Ditum)
번역: Jamie
편집: Miro

Notes:

  1. 역자 주: 링크를 보면 황실여성을 제외한 모든 실존인물을 기리는 여성의 동상 수는 다 합쳐서 25개로, 남성 중 이름이 John 인 인물의 동상(43개)보다 18개 부족하고, 사자, 개 등의 동물 동상(18개)보다 고작 7개 많다
  2. 리벤지 포르노는 여성을 공격하려는 목적으로 허락 없이 여성의 노골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퍼트리는 범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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