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이 ‘단순한 진심’을 주제로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대한극장에서 열립니다. 46편의 상영작 중에서도 올 한해의 흐름을 맞아 특별한 섹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피움 줌인, ‘단순한 지혜’에서는 페미니즘 투쟁사, 다양한 가족구성권, 진정한 성평등을 실현할 법과 제도 등 현재 페미니즘의 지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가 페미디아와 함께 올해의 ‘단순한 지혜’를 소개해드립니다.

올해 여름, 한국에서 뒤늦게 개봉되어 여성주의자들의 발길을 간만에 영화관으로 향하게 했던 영화 <서프러제트>를 기억하는가? 영국에서는 20세기 초의 이 거대한 여성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노력을 되새기기 위한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이다. 이 영화는 비교적 간단한 형태의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차용하여 웨일스 지방에서 서프러제트 운동을 주도했던 여성 기업인 론다 부인(Lady Rhondda), 혹은 마가렛 맥워스(Magarette Mackworth,이하 론다 부인)의 일기를 따라 가는 짧은 전기영화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노래는 합창단이 부르는 여성에 대한 노래다. “여자는 가정주부로 사는 것 이외에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이다” 등의 가사를 영국의 중등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 속에서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가 시작된다.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던 19세기 영국에서, 론다 부인은 부유한 귀족 가정의 딸로 태어났다. 당시 신생 단체였던 WSPU(Women’ Social and Political Union)사촌인 플로렌스 헤이그를 만나 서프러제트 활동을 제의받는다. 그는 런던에서 활동하다 이후 뉴포트 지부를 설립하고 그 지부의 사무처장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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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여성이 연단 등에 올라와 말하는 것조차 조롱받는 시대였다. 그가 수줍음과 공포를 무릅쓰고 여성 참정권을 위해 연단에 올라와 말할 때, 청중들은 토마토와 청어 같은 것들을 던지며 여성 운동가를 조롱했다. 하지만 그런 론다 부인의 용기있는 활동을 남편은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다만 활동으로 인해 감옥에 가지만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감옥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서프러제트들이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유리창을 깨거나, 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등의 활동을 보고만 있을 수 없던 론다 부인은 자신도 행동하기로 결정한다. 최대한 적은 피해를 내면서, 자신도 잡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우편함 테러였다. 1913년, 그는 화학물질을 섞어 우편함에 넣었고 도망쳤다. 그러나 곧 잡힌 그는 재판을 받고 투옥되게 된다. 편지함 테러가 성공적이었다면 만족스럽기라도 했을지 모르나, 그를 투옥시킨 그 사건은 겨우 몇 장의 편지에 그을음을 내는 것으로 끝났다.

그는 1911년, 감옥에 갇혀 단식 투쟁을 한다. 바깥의 까마귀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것을 보면서,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생각했다. 그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어디든 가고 노닐 수 있는 자유가 아니었을까? 론다 부인은 이후로 결코 새장에서는 새를 키우지 않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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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나온 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하기 시작한다. 기업인으로써 뛰어난 두각을 드러낸 론다 부인은 아버지가 죽은 뒤 사업을 물려받고 영국의 유명한 여성 기업인이 된다. 그는 처음으로 30세 이상 여성에게 참정권이 허용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는 편집위원이 여성들만으로 이뤄진 잡지인 Time and Tide를 설립하고, 여성과 어린이들의 권리와 복지 증진을 위한 Six point group을 만들고 이끌며 영국 역사의 한 획을 긋는다.

영화 <서프러제트>가 그랬던 것처럼, <새장 속의 새> 또한 단순한 공감을 넘어서, 현재 우리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싸움과 우리 스스로를 보는 듯한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을 끌어낸다. 이러한 전기/기록영화들을 만들어내고 향유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이전의 싸움에 대한 기록을 이끌어내고, 기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현재의 우리들에게 연민을 넘어 용기와 앞으로 사용할 전략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 진달래
편집: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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