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쿠데나시코의 Vagina Art 소개 영상>

돌연, 로쿠데나시코(ろくでなし子, 이가라시 메구미(五十嵐)의 활동명-역자 주)씨가 체포됐습니다. 1 로쿠데나시코 씨는, 본 칼럼이 연재되고 있는 LOVEPEACECLUB을 통해서도 익숙한 「데코만デコまん」(영어 ‘Decoration’의 ‘Deco’와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일어 ‘만코まんこ’의 합성어-역자 주) 아티스트입니다. 왠지 음지의 존재이자 부끄러운 것으로 취급 당해 온 여성의 성기를, 밝고 발랄한 느낌으로 장식해서 표현하며 여성의 성기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 지에 대해 고민해 온 조형작가·만화가입니다. 일주일 간의 구류 후 석방되었지만, 이것은 분명 당치도 않은 인권 침해입니다. 이번 체포가 가진 부당성을 명확히 하고, 나시코 씨에게 충분한 사죄와 보상이 이루어지는지 예의 주시할 생각입니다.

나시코 씨가 ‘외설(음란) 전자적 기록 배포’(‘전자적 기록(電磁的記録)’이란 나시코 씨의 작품인 3D 데이터를 가리킵니다-저자 주)라는 죄명으로 체포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사회는 여성의 성기를 ‘외설적’인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여성이라면 가지고 있는 신체의 일부분이 존재만으로 ‘외설’이라니요. 외설적인 것은 여성의 성기를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인데 여성의 성기가 외설적이라니, 방자함에도 정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성폭력 피해를 여성이 입었을 때 나쁜 쪽은 100% 가해자인데도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었다’라거나 ‘틈을 보였다’라는 등, ‘여성 쪽에서 성욕을 자극했다’라는 식으로 책하는 것과 같은 불합리한 구도입니다.

“그래도 여성 성기 아트는 좀…….”

“성(性)에 관한 건 사생활이니까, 외설적이라거나 더럽다거나 하는 식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굳이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거나 작품으로 만들 필요가 있나? 그런 일이 되레 여성의 입장을 낮추는 일이 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겠죠? 아니, 그 쪽이 ‘상식’이라 여겨지는 생각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와 같은 ‘상식’에 ‘NO!’라고 과감히 도전했던 것이 1960년대 후반에 나타난 여성해방운동(Women’s Liberation, 약어로 Woman Lib((우번리브))를 이끈 여성들입니다.

그때까지 페미니즘의 투쟁은 선거권으로 표상되는 정치적 권리와 재산을 소유할 권리, 공직에 종사할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등 ‘공적’인 영역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획득할 것에 주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선진국은 물론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법률 상의 ‘여남평등’이 실현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사적인 영역에서야말로 차별의 근원이 존재한다고 간파했던 것이 여성해방운동을 이끈 여성들이었습니다. 아무리 법률 상 ‘평등’하다고 해도, 법이 미치지 않는 사적인 영역으로 여겨지는 부부관계나 연인 관계에서 나타나는 개개인의 의식 속에 억압의 깊은 뿌리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주목한 것 중 하나가 ‘성별 역할 분업’입니다. 왜 여성만 오로지 가사와 육아를 도맡아야 하는가? 왜 마치 자연스러운 일처럼 엄마·아내로서 남편·남성에 대해 종속적 입장에 놓여야 하는가? 여성들은 이 사회에서 자명한 상식이라고 여겨지고 있던 것, 더욱이 선거권과 교육을 받을 권리라는 ‘중대사’가 아닌 ‘사소’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지던 것들에 의문을 던졌던 것입니다.

당시 구미에서 일어난 여성해방운동 데모 사진을 보면 “억압당한 여성들이여! 저녁 밥 짓기를 그만두자!”, “인간의 희생을 끝내라! 결혼하지마!”라고 쓰인 플랜카드가 보입니다. 일본에서도 1975년, 여남 배우가 번갈아 가며 ‘나는 만드는 사람’, ‘나는 먹는 사람’이라는 대사를 했던 인스턴트 라면 TV광고에 대해, ‘국제부인의 해를계기로행동하는여성모임(国際婦人年をきっかけとして行動を起こす女たちの会)’이 “’남성은 일, 여성은 가사와 육아’라는 종래의 성별 역할을 고착화시킨다”고 하여 광고 중지를 요청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여성들의 운동은, 해외에서도 일본에서도 당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지금보다 더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비상식이다’, ‘누가 밥을 만드느냐를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꼴이라니 시시하다’라는 비난과 함께 ‘여성해방운동’과 ‘페미니스트’들에게는 ‘남성혐오에 제 멋대로인 여성들’이라는 이미지가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도 그러한 현상이 완전히 없어졌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사와 육아를 여성만 강요 받는 일이 이상하다고, 누구든 말할 수 있게 되었죠? 그것은 약 반세기 전에 과감하게 싸웠던 여성들이 있어준 덕분입니다.

이들은 ‘사적 영역’에서의 여성 억압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성(性)이나 신체에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성과 신체는 사적 영역 중에서도 가장 개인적인 일로 여겨졌는데, 특히 여성의 성과 신체는 ‘부끄러운 것’, ‘감춰야만 하는 것’으로 취급 당하며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아는 것 조차 꺼려져 왔습니다. 또한 여성의 성기는 ‘거기’와 같은 용어로 불리며 이름조차 없는 것처럼 여겨져 왔고, 성교와 동일한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소녀의 초경은 ‘축하할 일’이 되는 한편, ‘숨겨야만 하는 일’ 또는 ‘조용히 처리해야만 하는 일’로 여겨졌습니다. 많은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데도 자궁과 난소 등의 신체 부위가 ‘부끄러운’ 것인 듯 여겨지는 것도 당연시되어 왔습니다. 이와 같은 인식들이 얼마나 여성의 심신의 건강을 빼앗아 왔는지 역시 여성해방운동의 중요 테마이었습니다.

여성해방운동의 전성기에 미국에서 확산되었던 것은, ‘자신의 성기를 알자’라는 운동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중요한 부분인데도 신체 구조상 성기가 노출되어 있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자신의 성기를 보기가 어렵고, 어렸을 때부터 ‘만지면 안 되는 곳’이라고 길러졌기 때문에 여성에게 있어서 성기는 ‘서먹서먹한’, ‘잘 모르는 곳’이 되고 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죠. 오히려 애인과 남편인 남성이 여성의 성기를 더 잘 알게 되는 이상한 상황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여성의 성기에 대한 금기를 부수기 위해 시작되었던 운동이었습니다. 미국 각지에서 여성들은 서로의 집 거실에 둘러 앉아 스페큘럼(speculum, 질 속을 보는 거울이 달린 기구-저자 주)을 이용해 자신과 다른 여성의 성기를 관찰하는 모임을 여기 저기서 가지곤 했습니다. 상상하면 조금 놀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시 여성들의 열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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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치즈코, 『여자놀이』

여성해방운동은 여성의 성기를 모티브로 한 예술도 만들어 냈습니다. 주디 시카고(Judy Chicago)는 1970년부터 여성을 테마로 한 작품을 창작해온, 마치 여성해방운동이 점지해준 듯한 아티스트입니다. 그가 5년에 걸쳐 제작하여 79년에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 전시한 것이 설치 미술 작품 『Dinner Party』입니다. 이 작품에서 삼각형으로 만들어진 총 39석의 테이블은 고대 그리스의 시인 사포(Sappho),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이끈 수전 B. 앤서니(Susan Brownell Anthony), 산아제한운동으로 알려진 마거릿 생어(Margaret Higgins Sanger), 『자기만의 방』의 저자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등, 이른바 여성의 힘을 보여준 여성들에게 받쳐지고 있는데, 접시의 디자인이 각각 여성의 성기를 모티브로 아름답게 조형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미국뿐만 아니라 각국을 순회하며 전시되었고 국제적으로도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우에노 치즈코(上野千鶴子)의 저서 『여자 놀이』(1988)의 표지에는 그 중 하나가 그려져 있습니다.

여성해방운동의 몸과 성에 대한 관심은 일본에서도 공감을 일으켜 오늘 소개해드릴 『몸·나 자신』이라는 책의 번역서 출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50년이 지난 현재, 몸과 성을 둘러싼 상황은 어느 정도 달라져 있을까요? 여성의 성을 둘러싼 규범은 크게 달라졌습니다만, 여성의 성기에 대한 시선에는 여성들도 포함해서 그다지 큰 변화는 없는 듯 보입니다.

일본에서 월경은 ‘생리’라는, 통상 신체의 생리적 기능을 가리키는 추상적인 용어로 바꿔 부르고 있고, 생리대에 비해 훨씬 활동에 제약을 덜 받게 해주는 탐폰의 보급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자 아이가 자신의 성기를 만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산부인과의 내진실에서는 상반신과 하반신 사이에 커튼을 쳐두고 진료를 받는 여성과 의사가 눈을 맞추지 않도록 되어 있는 것이 관례입니다. 자신의 중요한 신체인데도 누가 어떤 진찰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니, 아직까지도 여성은 자신의 몸에 무지해도 된다는 것일까요? 이런 식으로 현재까지도 여성의 몸과 성은 ‘감춰지고’ 있습니다.

‘공적’ 영역에서도 아직 여성에 대한 차별은 뿌리 깊습니다. 정치가와 관리직 등 의사 결정 장에서의 여성의 수는 굉장히 적습니다. 여성의 비정규직 문제. 싱글맘 여성의 빈곤 문제. 세계여남격차(gender gap) 지수에서 일본은 136개국 중 105위라는 한심한 숫자를 가리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물론 중요합니다만, 이러한 문제들이 일본에서 여성의 성기가 놓여진 상황과는 관계가 없을까요? 여남 평등과 Vagina Art는 전혀 관계가 없을까요? 언뜻 보면 엉뚱한 조합으로 보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성이 남성의 시선으로 성적 대상화 되는 것이 아닌 여성 개인으로서 존중되는 사회, 여성이 자신의 몸과 성을 제대로 알고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가 없이 여남평등은 결코 실현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간파했던 여성해방운동에서의 여성들의 문제제기와 투쟁은,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70년대 미국 여성들의 스페큘럼에서 나시코 씨의 3D 데이터 작품까지, 도구까지 바꿔가며 우리들도 그 역사를 살고 있습니다.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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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ston Women’s Health Book Collective, 『몸·나 자신』, 1988

1969년, 보스턴의 여성해방회의에서 행해진 ‘여자들과 그 몸’이라는 워크숍을 계기로, 여성들이 자신들의 체험담을 서로 나누는 과정을 통해 CR(Consciousness Raising, 자기 발견, 의식 각성)을 실천하며 몇 번이고 판을 거듭해 완성해 간 여성의 신체와 건강에 관한 백과사전입니다. 1973년 미국 출판 이래 세계 25개국어로 번역되었고, 각 국가와 문화에 맞게 개정되어 세계인에게 읽히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출판, 번역 자체가 여성들의 CR이며, 운동인 것입니다.

원제: むちゃセンセーのフェミニズム<今さら>再入門 第5回 私のからだは私のもの—フェミニズムと「まんアート」 @LOVEPEACECLUB
원문 게재일: 2014년7월 24일
원저자: 무타 가즈에(牟田和恵)
번역:  지은
편집: Miro

Notes:

  1. 2014년 7월 12일, 자신의 성기를 3D 프린터용 데이터로 만들어 2013년 10월 이후 활동 자금을 기부했던 남성들에게 데이터를 다운 받을 수 있도록 한 일을 두고 경시청은 음란물 배포 등의 혐의로 로쿠데나시코 씨를 체포했다. 3D 데이터를 음란물로 인정한 것은 일본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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