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법원은 교직에 종사하는 모든 기혼 여성들은 반드시 남편의 성을 사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많은 이들이 이를 “성 평등을 목표로 하는 국가적 캠페인에 큰 차질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비혼 시절의 성을 간직하고, 나아가 남편이 아내의 성으로 바꾸는 경우마저 적지 않은 와중에, 이와 같은 결정은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왜 한 쪽은 자신의 성을 지키는데, 왜 다른 한 쪽은 상대의 성을 따라 바꿔야 하는가? 나아가 아이들이 있는 경우에는 어떤가? 아이들이 본인과 같은 성을 “굳이” 가져야 하는 것일까? 자신의 성을 바꾼 것과 관련한 경험과 그렇다면 “왜” 그랬는지 여러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해리 마투샤비치-밀(Harry Matuszewicz-Milne), 34세, 영국 브리스톨 : “왜 더 많은 남자들이 성을 바꾸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제 배우자는 폴란드 사람으로서도 흔치 않은 성을 갖고 있습니다. 결혼 1년차에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도 가족의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제가 느끼기에 제 배우자의 아버지가 본인의 이름이 잃지 않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전 결혼 후 제 본래 성과 저의 배우자의 성을 하이픈( – )으로 합쳐서 사용하기로 결정했어요.

저는 원래부터 결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전통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전 남들이 다 하는 “프로포즈”도 하지 않았어요. 왜 제 배우자가 저의 행동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거죠? 우리는 함께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했고, 서로가 원한다는 것에 동의했어요. 그리고 전 그의 드레스를 결혼 전에 봤고, 직접 골라주기도 했습니다. 가족들은 이에 경악했지만, 그도 제가 무엇을 입게 될지 이미 식 전에 알고 있었어요.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차림으로 결혼식을 올리기는 저도 싫었으니, 서로에게 좋은 것이라 생각했죠.

단지 결혼을 했단 이유 만으로 제 배우자의 정체성이 제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름을 바꾸는 수고를 다 거쳐야 한다면, 왜 제가 해서는 안 되는 거죠?

제가 보기에도 전 허세가 좀 있는 사람 같긴 해요. 두 개의 성을 합친 특이한 성을 가지는 게 뭔가 멋지단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제 고향 에버딘의 전화번호부를 보면 저와 같은 밀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 번호만 8페이지가 넘는데, 그 중 튀어 보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기는 했죠. 몇 가지 단점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제 소개를 할 때 마다 성의 철자와 발음을 계속 알려주고 고쳐줘야 한다는 것과, 일부 웹사이트에서는 이름을 입력할 때 하이픈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정도네요 (가끔은 단순히 성이 너무 길어서 인식을 못하기도 하구요).

자넷 길버트(Janet Gilbert), 57세, 호주 : “어떤 사람들은 제가 성을 지키는 것에 대해 분노하더군요.”

호주, 독일,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유학 생활을 거친 후,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런던으로 왔습니다. 당시에 저는 학계에서 일할 계획이었고, 학술지 기고를 위한 글들을 막 적기 시작한 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이름이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좀 알려지더군요. 그러던 중 전 제 동기와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성을 바꾸는 것은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28년 간 저와 함께한 이름이고, 이제는 제 일부였기 때문이죠. 거기다 제 시어머니는 저랑 같은 자넷이라는 이름을 썼고, 사람들이 이미 저를 자넷 투(2) 혹은 자넷 주니어로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성까지 같아지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의 일부는 제 성을 지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왜 그게 그렇게 중요한지 저에게는 와 닿지 않았고, 결혼 후 29년이 지난 지금은 이제 별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전 오히려 제 친구들이 결혼 후 성을 바꾸는 것이 더 놀랍더군요.

처음에는 어떤 면에선 납득하지 못할 일들도, 혼란스러운 일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느 날 확인해보니 저희 자동차 보험료가 너무 높은 것 같아 회사 측에 물어봤죠. “왜 보험 적용 대상자에 내 남편을 넣는 것 만으로 이렇게 보험료가 비싸죠?” 라고 물으니 바로 보험료가 떨어지더군요. 회사는 저희의 성 때문에 저희를 부부라 생각하지 않고 부부 대상 할인율을 적용해주지 않았던 겁니다.

저희에게는 남편의 성을 가진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모두 제 성을 중간 이름으로 쓰고 있죠. 일부 친구들은 서로의 성을 합쳐 아이들에게 붙이기도 했지만, 저희는 둘의 성을 붙이자니 너무 부르기가 힘들기도 했고, 굳이 제 성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았죠. 그래도 어느 정도 균형이 잘 잡힌 것 같습니다.

조앤 필립스(Joanne Phillips), 46세, 영국 슈롭셔: “제 아버지의 성을 남길 수 없다는 것에 조금은 죄책감이 듭니다.”

저는 36살이라는 조금 늦다고도 할 수도 있는 나이에 결혼을 했습니다. 그만큼 제 성을 오래 간직했기 때문에, 바꾸는 것이 망설여졌죠. 그리고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은 결혼을 하면 미스(Miss)에서 미세스(Mrs.)로 바뀌는데 남성은 줄곧 미스터(Mr.)로만 불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에는 제 마음 속에 일종의 압력으로 자리잡고 있던 로망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남편이 될 사람의 성을 가져오는 것은 곧 결혼생활의 책임을 의미하고, 그러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남편의 성을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 있는 변화라고 받아들이니, 이름을 포함하여 이전의 나를 놓아주는 의미에서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결혼 후 10년이 지나고 나니, 하이픈을 넣어서 두 개의 성을 합치거나 그냥 내 성을 지킬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새로운 나”는 충분히 와 닿지 않더라고요. “이 ‘미세스 필립스’는 대체 누구야?” 하지만 사회생활에서 이 이름을 계속 사용하다 보니, 이 이름이 점점 제 일부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이름과 완전한 하나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성을 바꾸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오로지 여성에게만 부여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분노합니다. 하지만, 부모로서는 온 가족이 하나의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 이유 만으로 여성에게만 성을 바꾸는 것에 대한 부담이 주어지는 점에 정당성이  부여되느냐? 그건 잘 모르겠네요.

저희 딸은 제 남편의 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의 가문을 이어간다는 관점에서 보면, 제 비혼 시절 성인 태스커(Tasker)를 사라지게 했다는 것을 많이 후회합니다. 제겐 여자 형제 한 명 뿐인데, 그에게도 아이가 없습니다. 거기다 제 아버지의 성을 남길 수 없다는 것에 조금은 죄책감이 듭니다. 아 이런, 말할수록 죄책감만 더 쌓이네요.

슈라다 카울(Shraddha Kaul), 27세, 런던 : “인도 전통에도 불구하고, 전 제 성을 지켰습니다.”

전 27살이고, 인도 출신으로 런던에 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어린 시절의 소꿉친구와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의 성을 따르는 인도의 전통을 거스르고 전 제 성을 지켰고, 여기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고, 전에는 저널리스토로도 활동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제 이름으로써 제 업무에 임하기를 확실히 하고 싶었고, 또 이미 많은 결과물들과 소셜 미디어 프로필이 제 이름으로 발행되었기에, 혼란을 감수하고 바꾸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 남편과 가족도 이 결정에 힘을 실어주었고요.

두번째로, 저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이렇게 해왔기에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만 한다,” 전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견해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이끄는 것을 선호합니다. 우리는 이제 예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오늘을 살고 있고, 심지어 정략 결혼 같은 인도의 전통은 인도 내에서도 바뀌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끔 어떤 친구들은 제게 “남편의 성을 가지는 것은 곧 결혼 관계 속 헌신의 의미이다”라고 이야기 하곤 하지만, 전 여기에 매우 반대합니다. 삶의 굴곡을 함께 버티는 것이 성을 바꾸는 것보다 더한 헌신이자 서로에게 더욱 충실함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파비앙 스트로브릿지(Fabien Strawbridge), 40세, 런던 : “제 성은 제가 아닌 제 아버지의 정체성이죠.”

저는 동성 결혼으로 남성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남편의 성을 따라 바꾸었습니다. 단순히 저희 가족의 재정 관련 절차들을 간편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전 오히려 제 성을 버리는 것이 기뻤습니다. 전 중국인 혼혈인데, 제 원래 성인 호(Ho)는 너무 짧았거든요. 서류 작성 등의 경우 다들 매번 제가 이름을 쓰다 말았거나, 잘못 썼다고들 생각하더라고요.

저는 프랑스 출신인데 프랑스는 동성 결혼에서의 성을 바꾸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여권을 바꾸기는 어려웠습니다만, 여권을 제외하고는 무리 없이 모든 관련 서류들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제 성을 잃는 것이 아주 조금 슬프긴 했지만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전 제 이름이 제 정체성의 일부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제 아버지의 것에 더 가까웠죠. 그리고 전 제 아버지와의 사이가 그리 가깝지 않아, 그를 제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외동이기 때문에 저희 가문의 성이 저에서 끝나는 것이 슬프기는 했습니다만, 아이를 가지게 되면 성을 바꾼 것이 잘한 일이라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말하다 보니 낭만적인 이유들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들이 많네요.

 

원제: ‘More men should do it’: readers on changing their name after marriage @ the guardian
원저자: Sarah Marsh and the Guardian readers
원문 게재일: 2016년 10월 18일
번역 및 요약: 김민규
편집: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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