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국 대선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도날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51회 방해한 반면, 클린턴은 17회 그의 토론 상대자에게 발언 기회를 얻었다고, 토론을 본 시청자들은 지적했다.

TV를 통해 방송된 대선 토론에서 젠더 역학을 무시하는 것은 지금까지 불가능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평론가들은 정치 토론의 젠더적 지형을 국제적 차원에서 주목했다. 전 세계에서 “남성적인” 특성으로 여겨지는 힘과 공격성은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반면, 여성은 방해를 받는다.

언론과 정치 행사, 그리고 그 외 어디에서든 조명되는 것은, 남성이 남성에게 남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들 뿐이다. ‘글로벌 미디어 모니터링 프로젝트 2015(Global Media Monitoring Project 2015)’에 따르면, 여성은 뉴스에서 오직 10%의 비율 정도로 주목 받고, 인터뷰를 받는 전문가 혹은 대변인의 경우는 20%만을 차지하며, 고작 4%만이 젠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우리가 보는 화면 속 세상은 화면 밖에서의 세상에 영향을 준다. 집권자가 누군지에 따라 우리가 스스로를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이는 증거는 적지 않다. 언론이 정치를 남자들의 게임으로 묘사하는 판에 여성의 평등한 참정에 대한 진전이 이토록 극심하게 더딘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남성 위주의 정치권을 반영하는 이야기 관행과 토론의 생산은, 그 뿌리가 깊은 동시 감지하기도 쉽지 않다. 여성이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투쟁의 시작일 뿐이며, 우리가 상호작용하는 방식 및 사용하는 언어까지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지난 몇 년 동안 고심하여, BBC 미디어 액션(BBC Media Action)의 최신 보도에서는 언론이 정치에서의 성불균형을 악화하는 대신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한다. 다음은 세 가지 핵심 제안이다.

롤 모델을 제공할 것

언론과 정치에서 여성이 늘 무시 받고 공격받아 온 상황에서, 여성을 리더로 보는 것, 혹은 집권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뜻밖의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 토론 및 토의를 통해, 청중으로 하여금 자신의 공동체에 참여하도록 영감을 준다는 증거가 분명해지고 있다.

최신 연구는, BBC 미디어 액션(BBC Media Action)의 정치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청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정치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경향이 있다고 보고했다. 인구 통계, 정치에 대한 관심과 같은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감안하고도 말이다.

아프가니스탄, 시골의 한 여성은 자신과 같은 지역 여성이, 우리의 정치 토론 프로그램인 ‘열린 토론(Open Jirga)’에서 그 당시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Hamid Karzai)에게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의 용기가 마음에 듭니다. 여성들이 정치인들에게 질문을 물으면,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겨지고, 나 역시 격려가 됩니다.”

젠더를 모두의 의제로 설정할 것

언론은 젠더 문제를 사적 영역에서 꺼내 정치 의제로 설정하는 힘이 있다. ‘조금씩’ 이라는 뜻의 탄자니아의 정치 토론 프로그램인 ‘하바 나 하바(Haba Na Haba)’는 누공(fistula)과 같은 여성 건강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다루며 이를 실천한다.

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젠더 렌즈를 적용하기”는 여권 신장 그룹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이지만, 언론에서 이 렌즈를 이용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개발 분야 실무자들은 언론이 모든 면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의 삶과 경험을 반영할 수 있다. 한 정치 토론 프로그램의 시니어 프로듀서인 세마 케냐(Sema Kenya)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항상 프로그램에서 젠더 파트를 만듭니다. 국경 간 무역이 주제라면, 그것이 여성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여향을 미칠지 생각해보는 겁니다. 우리는 젠더 문제를 다룰 때, 여성을 겨냥한다기 보다 자연스럽게 언급합니다.

규범성을 파괴하여 다양성을 포용할 것

언론에서의 정치 토론은 흔히 여성들에게 “이것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와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므로 여성들이 남성보다 뉴스를 덜 본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엘리트주의의 정치적 분위기를 재생산하는 대신, 신선하고 더 포용적일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네팔의 ‘일반적인 문제들(Sajha Sawal)’이라는 토론 프로그램은 다양한 형식들로 실험하고 있다. 친숙하지 않은 공간인, 스튜디오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대신, 그들은 정치인들로 하여금, 공공의 장소, 카페, 그리고 밭 등 여성들이 더 편안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공동체 공간에 이르도록 한다.

언론의 힘은 강력하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으며, 엄격한 젠더 규범을 허물고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남녀를 보는 방식을 바꾸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복잡하다. 간단하고 보편적인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선 토론에, 여성 후보가 출마하는 것은 굉장한 진전을 상징하지만, 토론의 지형 자체를 변형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의 목소리가 진정으로 울리고 발화되며, 가치를 인정받고 동등하게 여겨지는지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빈 칸에 체크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클린턴과 트럼프의 토론에 대해 그들의 평가를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여성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원제: How the media can promote gender equality @ The Guardian
원문 게재일: 2016년 10월 26일
최종 수정일: 2016년 11월 21일
원저자: Josephine Casserly
이미지 출처: https://youtu.be/s7gDXtRS0jo
번역: 영초
편집: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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