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따라서 엄마들은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원하지 않더라도 의사들과 자주 대면하게 된다. 엄마들의 행동은 아빠들의 행동보다 가족과 자녀의 건강 상태와 훨씬 깊은 연관이 있다고 믿어지며, 훨씬 더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된다.

엄마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Mother blaming)은 자녀들의 행동, 성격, 건강 상태에 대한 책임을 엄마들에게 묻는 현상이며, 사회적으로 만연한 문제이다.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그들의 문제에 대한 질책이 엄마들을 향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에게 버림받거나 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엄마들 본인의 삶의 곤경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엄마들에게 돌아가는 현상도 이에 포함된다. 정신의학적 분석에 따르면 엄마 책임전가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부적응 원인을 엄마에게서만 찾으며 아빠들의 책임은 묻지 않는 성차별적 편견이다. 이런 관점의 유래는 “유년기의 정신 병리에 관한 책임을 엄마에게만 돌리는 유대 학설들”이라는 주장이 있으며,  1 엄마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의론들의 예시로 인지발달이론, 학습이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 애착 이론 등이 있다. 2 이러한 이론들은 여성들에게 부담을 주며 남성양육자에게는 동등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많은 여성들은 이상적인 엄마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직업적 비난을 받는다. 미혼모와 싱글맘들의 삶이 명백한 예시이다. 엄마라는 역할뿐 아니라 과한 책임감, 외로움, 도움 없이 혼자 꾸리는 살림,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난과 사회적 낙인을 물려주었다는 죄책감이 이들의 삶을 힘들게 만든다. 미혼모와 싱글맘들은 하나같이 다 “미덕, 능력, 동기부여 그리고 사회에 걸맞은 가치관이 없는” 부류로 구분되고 있다. 또한 레즈비언, 직장인, 복지 혜택 수혜자, 유색인종 엄마들도 “전통적인 엄마 역할로부터 일탈하는 존재”로 여겨지며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3

데브라 잭슨(Debra Jackson, 웨스턴시드니대학 조교수)과 주디 매닉스(Judy Mannix, 웨스턴시드니대학 강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설계했다. 일차 실험 참가자들은 2002년에 한 여성의 이메일 연락을 통해 모집 되었다. 15살부터 31살의 자식들을 가지고 있는 20명의 여성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모집되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영아, 유아, 유치원생, 초등학생, 청소년 그리고 청년이었을 때의 육아 경험을 얘기하였다. 참가자들과의 대화는 모두 다 녹음되었고 대화를 통해 각자 참가자들과 실험자가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하였다. 참가자들은 “엄마로서 제일 힘들었고 제일 긍정적인 때가 언제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답하였다.

 

부담되는 책임: 쉴 새 없는 엄마의 역할

엄마 책임 전가는 다른 사람들과 엄마들 본인이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몇 여성들은 주변의 엄마 비판을 내면화하여 자신이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나 본인들과 관련되지 않는 상황에도 스스로를 자책하였다. 자책감을 제일 심하게 느끼는 건 자식들이 버릇없게 굴 때, 표준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하였을 때, 그리고 아플 때였다. 폴린(Pauline)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 겪은 아토피와 천식이 자신의 잘못으로 돌린 의사를 기억했다. 그녀는 아들이 어렸을 때 아토피를 겪었던 것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불쌍한 내 아들, 그 애는 맨날 울었어요…내가 모유 수유를 잘못했기 때문이죠” (폴린)

자식들이 성인이 되어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들이 마약중독이나 정신적 문제와 같은 일을 겪을 때도 엄마들은 자책감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말 형편없는 엄마야” 라고 생각해요…… 사회는 항상 그런 엄마들을 보고 “아이가 그렇게 된 건 너의 잘못이니까” 라고 얘기하죠.” (안나)

엄마들은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며 엄마가 될 자격이 있는지 고민한다. 책임의 무게를 느끼는 여성들은 죄책감, 무능력함 자책감을 느낀다.

산드라(Sandra) 의 딸은 어렸을 때 가족에게 강간당했다. 그 일을 몇 년 뒤에 알게 된 산드라는 그 즉시 가능한 모든 가족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가해자를 고소했다. 산드라는 자신이 오랫동안 믿었던 가족이 배신했다는 사실에 실망하며 화를 냈다. 그녀는 몇 년 동안이나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자책하였다.

“내가 다르게 행동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내가 더 경계했더라면 좋았겠지만, 나는 내 자신을 더 이상 자책하지는 않아요… 이미 계속 자책해 왔는걸요.”

계속되는 자책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감과 건강을 잃는다. 비키(Vicki)는 첫 아이와 마찰이 있었을 때 자신의 건강이 나빠진 것을 느꼈다.

“항상 불안하고 걱정스러웠고, 어떨 때에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어요. 또한 체중도 늘었죠. 잠을 자기 힘들고 머리가 아플 때도 잦아요. 하지만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내 무능력과 엄마로서 실패했다는 좌절감이었어요. 왜 항상 엄마를 비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아빠는 아니죠? 나의 모든 아이들은 사랑과 예쁨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사랑이 충만한 집에서 자랐고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른 몇몇 참가자들처럼 비키는 상담사조차 자신을 질책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여성들은 전문가들과의 만남에서 “불편함, 적대감, 경멸감 그리고 동정심”을 느꼈다. 가족 간의 문제에 자책감을 느낀 그녀들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친구나 가족에게도 기대지 못했고, 의지할 곳이 없다고 느꼈다.

 

깊게 뿌리박힌 ‘엄마 탓’

1970년, 1976년, 그리고 1982년에 출판된 아홉 개의 임상 논문 저널들을 분석해보니, 엄마 책임 전가 현상이 다양한 연구에서 빈번하게 나타났다. 저널에 실린 125개의 연구 중 72개는 자식의 방화, 페티시즘, 냉담, 근친상간 피해, 절제 불가, 조현병 등의 원인을 상당 부분 엄마에게 전가했다. 이들 중 자식들의 문제에 아빠가 끼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는 저널은 단 하나도 없었다. 특히 아동성적학대와 근친상간에 대해 엄마들이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심했다. ‘좋은 엄마’는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나쁜 일을 막아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더불어 자식이 가족구성원에게 성적 학대를 받았을 때,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때 가해자는 쉽게 용서받곤 했다. (excuses for the perpetrator). 심지어 가해자가 피해자의 아빠일 경우 오히려 엄마가 더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간호학계에서는 아이가 성적학대를 당할 때 엄마는 양육자와 배우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이 종종 들린다. 엄마들이 근친상간의 상황에서 “문제를 거부하고 못 본 체한다”는 내용이 간호학서에 종종 나오고, 가해자의 엄마들은 유년기의 자식들을 잘 이끌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는 주장도 보인다.

존속 살해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자식들이 엄마를 죽였을 때는 엄마들이 평소 자식들을 성적, 심리적으로 학대하지 않았는지 비난하는 경향이 있고, 아빠를 죽였을 때조차 비난의 화살은 엄마에게 돌아가기 쉽다. 나약하고 수동적이며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서 비난을 받는 것이다. 4

의료계에서도 자식의 생활과 복지에 대한 책임을 엄마에게 떠넘기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5 이러한 견해는 전문가들의 주장뿐 아니라 호주 여성들의 글, 책, 시, 그리고 여성 잡지 등 일상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자식들이 아플 때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시간 누워있으라는 진단을 받은 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몸을 움직일 때 죄책감을 느끼는 위험임신군 여성들도 많다. 특히 임신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할 때에는 사회 정책을 검토하거나 지역 사회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보다 여성 개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게 쉬우므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6

 

의료업계 종사자들이 엄마들을 돕는 방법  

의료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주 엄마들을 만나지만, 환자의 엄마의 그들의 관계에는 문제점이 많다. 일례로 엄마들이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왔을 때 의료업계 종사자들에게 일방적인 비판을 당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심지어 자식을 가진 여성 의료인들도 남자들과 똑같이 환자의 엄마들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7

따라서 저자들은 의료업계 종사자들이 여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엄마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그들은 얘기한다. 이러한 행동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여성들이 이런 태도에도 소외감을 느끼는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의료업계 종사자들 및 간호사들은 자신들이 육아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하고, 엄마들을 도울 수 있는 체계적 방법들을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 : 홍현경
편집 : 최호연

참고 문헌

Jackson, Debra, and Judy Mannix. “Giving Voice to the Burden of Blame: A Feminist Study of Mothers’ Experiences of Mother Blaming.” International Journal of Nursing Practice Int J Nurs Pract 10.4 (2004): 150-58.

Notes:

  1. Billings J. Bonding theory—tying mothers in knots? A crit- ical review of the application of a theory to nursing. Journal of Clinical Nursing 1995; 4: 207–211. 
  2. Phares V. Where’s poppa? The relative lack of attention to the role of fathers in child and adolescent psychopathology. American Psychologist 1992; 47: 656–664.
  3. Arendell T. Conceiving and investigating motherhood: the decade’s scholarship. Journal of Marriage and the Family 2000; 62: 1192–1207. 
  4. Heide KM. Why kids kill parents. Columbus: Ohio State Uni- versity Press, 1992.
  5. Thorpe R. High expectations, low resources: mothering, violence and child abuse. In: Thorpe R, Irwin J (eds). Women and Violence: Working for Change. Sydney: Hale and Iremonger, 1996; 109–128.
  6. Burrows J. The parturient woman: can there be room for more than ‘one person with full and equal rights inside a single human skin’? Journal of Advances in Nursing 2001; 33: 689–695.
  7. Caplan P, Hall-McCorquodale I. Mother-blaming in major clinical journals. American Journal of Orthopsychiatry 1985; 55: 34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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