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기사는 존 폴 브래머(John Paul Brammer)가 웬트워스 밀러(Wentworth Miller)의 페이스북 포스팅(3월 29일 게재)을 읽고 나서 쓴 4월 1일자 가디언지 기사를 번역한 것이다.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는 웬트워스 밀러의 포스팅 또한 번역되어 있다(편집자주).

 

웬트워스 밀러의 용감한 페이스북 포스팅*은 남성들이 심리적 문제와 외모에 대한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내게 상기시켜주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수백만 명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번역자주: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연배우 웬트워스 밀러는 지난 3월 29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의 잠정적 은퇴 이후 달라진 외모를 조롱하는 가십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그가 겪었던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대해 털어놓았다.)

내가 처음으로 토했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매일 밤마다 치르는 의식과 같은 습관이 되어버렸다. 부모님 집 화장실 타일의 무늬를 나는 기억한다. 하얀색 다이아몬드 모양의 타일, 타일 틈새를 메운 회반죽, 변기 물의 냄새 – 나는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거식증과 폭식증, 일명 ‘폭토(bulimia nervosa)’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그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다. 날씬해지기, 최대한 많이 달리기, 식사 거르기, 그리고 먹는 행위에 대해 내 신체에 벌을 가하는 것 등은 그 당시 나의 원시적인 충동이었다.

그것은 살이 찌는 것에 수반되는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해 내 뇌가 나름대로 대처하는 방식이었으며, 학대, 괴롭힘, 스스로를 인간 이하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로 인해 발생한, “다시는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의 산물이기도 했다. 그것은 일종의 정신질환이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나는 그것을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그러한 섭식장애는 내 대학생활까지 따라다녔다.

나는 내 남성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고, 그것은 내가 약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요즈음 나는 치료와 약물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도 뚱뚱하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 내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치 다른 이가 살았던 삶의 한 부분이거나 다른 사람의 기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웬트워스 밀러가 그의 체중을 조롱하는 인터넷 이미지(짤방)들로 인해 느낀 수치심과 우울증에 대해 쓴 감동적인 포스팅을 읽고 나서, 나는 예전의 그 기억들을 갑작스레 떠올렸다.

“무엇보다도 먼저, 나는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그동안 글로 써왔고, 이야기해왔고, 생각을 나눠왔던 주제입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침묵 속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요,”라고 밀러는 포스팅에서 말했다.

밀러는 친구들과 함께 하이킹을 하던 중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혔던 때를 회상했다. 그 사진들은 “섹시한 근육남에서 지방 덩어리로(Hunk to Chunk)”, “몸짱에서 군살덩어리로(Fit to Flab)” 등의 헤드라인과 함께 <프리즌 브레이크> 출연 당시의 그의 사진들 옆에 나란히 실렸다.

밀러는 그 사진들을 보았을 때 숨쉬기 힘들 정도로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나는 한창 거식증에 시달리던 시기의 나라면 어떻게 반응했을 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매우 슬퍼졌다. 그러나 동시에 그 글은 내게 희망을 주었다. 그는 ‘외모 문제와 정신적 질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남성’이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아마도 개중 대부분은 남성일) 많은 사람들은 남성이 외모에 대한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성이 겪는 정신적 질환은 약함을 상징한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나는 단순히 거식증을 앓았던 게 아니다. 나는 ‘거식증남(男)’으로 불렸다 (*주: 거식증을 의미하는 anorexic과 man의 합성어, “manorexic”을 사용). 이것은 내가 여성들이나 겪는 문제를 가진 남성이라는 농담이기도 했다. 대학 시절 나는 도움을 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당시 (동성애자임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섭식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아웃팅을 당할까봐 두려웠다.

나는 다른 수많은 남성들이 그런 것처럼 덫에 갇혀 있었다. 나는 내 남성성을 유지하고 싶었는데 그것은 내가 약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에는 내 남성성을 보호하는 것이 내 건강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가지기에는 너무 강인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 애쓰는 것은, 나의 섭식장애를 해결해주지 못했다. 남성성을 위한 엄격한 규칙을 고수하고, 나는 남성이기 때문에 거식증을 앓고 있을리가 없다고 굳게 믿는 것도, 날 구해낼 수는 없었다.

나를 구해낸 것은 내 자존심을 굽히고 치료를 시작한 일이었다. 나를 구해낸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내 선입견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내 신체에 대해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대신 내 신체를 싫어하도록 만든 이 사회를, 나를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던 메시지들을, 그리고 내가 처음부터 도움을 구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사회적 낙인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페미니즘의 가치들과 일맥상통하며, 그것이 바로 내가 페미니즘이 남성들에게도 혜택을 가져다 준다고 계속해서 주장하는 이유이다.

우울증과 외모에 대한 싸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과정에서 웬트워스 밀러는 세상 모든 남성들을 위한 본보기가 되었다. 그는 그 부정적인 인식들을 이겨 냈다. 고통을 받고 있으나 그 사실을 인정하기 두려워하는 남성들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나는 밀러의 글이 수많은 사람들을 도왔다는 것을 확신한다.

만약 더 많은 남성들이 우리의 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는 일이 부러진 뼈를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평범해지는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나는 기대한다.

 미국과 캐나다의 자살예방 핫라인은 1-800-273-8255 이다. 영국 사마리아 재단 연락처는 08457 90 90 90 이며 호주의 위기지원센터 번호는 13 11 14이다. 다른 나라의 핫라인은 이 링크에서 찾아볼 수 있다. (http://www.suicide.org/international-suicide-hotlines.html)

웬트워스 밀러의 페이스북 포스팅 전문 (2016년 3월 28일)

오늘 저는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이미지들의 주제가 바로 제 자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은 아니었지요.
그러나 이번 것은 압도적이었습니다.
2010년, 저는 연기에서 거의 은퇴하다시피 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조용히 지내고 있었습니다.
가장 주된 이유는 자살 충동이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지금껏 글을 써왔고, 이야기해왔고, 생각을 나누었던 주제입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침묵 속에서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요.
제가 겪은 고통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던 그 시간 동안 저는 제 자신을 마치 흠집난 상품처럼 생각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는 스스로를 자멸로 몰아가는 목소리가 울려댔습니다. 처음은 아니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우울증은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여러 기회를 놓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치고, 수많은 밤을 잠 못 이루도록 만든 싸움이었습니다.
2010년, 저는 성인이 된 이후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저는 저를 편하게, 안락하게 해주고 주의를 딴 데로 돌려줄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찾아냈지요. 무엇이든 될 수 있었습니다. 마약, 알코올, 섹스… 그렇지만 제게는 음식이 바로 제가 찾아 헤매던 그것이었습니다. 제가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지요. 탑셰프(Top Chef)의 새 에피소드를 보며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가 일주일 중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가끔은 그거면 그저 충분했습니다. 그래야 했죠.

그리고 나서 저는 살이 쪘습니다. 미친듯이 많이 쪘어요.

어느 날, 저는 LA에서 친구와 하이킹을 했는데, 길에서 리얼리티 쇼를 촬영 중인 스탭들 옆을 지나쳤습니다. 모르는 사이 파파라치들에게 둘러싸여 버렸고, 그들은 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제 예전 모습들과 함께 온 매체를 장식했습니다. “섹시한 근육남에서 지방 덩어리로(Hunk to Chunk)”, “몸짱에서 군살덩어리로(Fit to Flab)” 따위의 문구와 함께요.

저희 어머니에겐 항상 나쁜 소식들을 잔뜩 물어다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유명한 잡지에 실린 이런 기사들 중 하나를 어머니께 보냈어요. 어머니는 걱정스럽게 제게 전화를 걸었죠.

2010년 저는 제 정신 건강을 위해 싸우고 있었고, 그것은 제게 필요했던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짧게 얘기하자면,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니 그런 사진들을 올리세요.
전 괜찮습니다.

이제 저는 사진 속 빨간 티셔츠를 입은 저의 모습과 그 얼굴에 떠오른 보기 드문 미소를 보며 제가 겪은 싸움을 생각합니다. 온갖 종류의 악마들과 싸워 이긴 제 인내심과 감내를요. 때로는 내면에서, 때로는 외부에서 말이죠.

마치 포장도로를 뚫고 나온 민들레처럼, 저는 견뎌냈습니다.
어쨌든,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요.

처음 인터넷 이미지가 제 SNS 타임라인에 떴을 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숨도 못 쉴 만큼 상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것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는 이것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 이미지들에 제가 부여한 의미는 힘, 치유, 그리고 용서입니다.

저 스스로와 다른 이들을 위하는 것이죠.

만약 당신이, 또는 당신이 아는 누군가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면 도움은 늘 곁에 있습니다. 손을 내미세요. 문자 하세요. 이메일을 보내세요. 전화기를 드세요. 누군가는 당신을 보살필 것입니다. 그들은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려 기다리고 있어요.

사랑을 담아- 웬트워스 밀러.

www.afsp.org
www.suicidepreventionlifeline.org
www.activeminds.org
www.thetrevorproject.org
www.iasp.info

 

원제: I’m a man and I have an eating disorder. That’s not a contradiction by John Paul Brammer @ The Guardian
원문 게재일: 2016.4.1
최종 수정일: 2016.7.14
원저자: 존 폴 브래머 (John Paul Brammer)
번역: Zoey
편집: 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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