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사이에서 ‘남자 같다’는 말은 멋있고 씩씩하다는 칭찬으로도 쓰이지만, 남성들 사이에서 ‘여자 같다’는 말은 언제나 모욕과 놀림으로 작용합니다. 서로의 미묘한 감정 변화에 세세하게 신경을 쓰기보다 ‘쿨’하고 단도적입적인 친구 관계를 맺는 것이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경향도 있죠. 또한 “여대에 진학하는 여자들이 신기하다. 남대가 있었더라도 난 절대 안 갔을 텐데” 라며 남성으로만 구성된 커뮤니티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남성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의 기저에는 어떤 심리가 있을까요?

남성들 간의 인간관계에서 발현되는 지배적 남성성과 이때 여성이 소비되는 위치를 연구한 조중헌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자는 서울에서 생활하는 대학생 혹은 대학 졸업생 20대 남성 아홉 명과의 심층 면접을 통해 동성 관계에서 남성 개인이 겪는 심리적 소외감과 이러한 심리가 남성 지배적인 사회 구조와 가지는 연관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남성 사이의 관계에서 보이는 여성성에 대한 공포와 권력 관계를, 다음 글에서는 남성간 관계에서 여성이 어떻게 소비되고 배제되는지를 다룰 것입니다.

‘여자같다’는 말이 무서운 남성들

“(만약 남이 본인에게 ‘여자 같다’고 놀린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만약에 정말로 기집애 같으면은… 내가 만약에 기집애 같이 행동을 한 거를 내가 알고 있다면… 그렇게 안 하려고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바로 화가 나겠죠…” (사례1, 27세, 대학 재학 중)

“… 제가 우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냥 기분만 우울해지고… (말죠). 우는 행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약해보여서.” (사례 4, 24세, 대학 휴학 중)

“… 만약 그 사람이 게이였으면 게이니까 그런(여성스러운) 행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면 되는데, 남잔데도 그런 행동을 하는 거라면 그건… 게이라는 성향하고 남잔데 남자답지 못한 상황하고는 다르니까…” (사례 1, 27세, 대학 재학 중)

남성과 여성의 고유한 특질이 각기 다르다는 가치 체계는 완벽한 ‘남성성’을 가져야 한다는 불가능한 목표를 남성들에게 심어주며, 여성성에 대한 공포를 조장합니다. 특히 남에게 의지하며 감정을 드러내는 ‘나약함’은 강한 성인 남성으로 자라나지 못했다는 증거로 여겨져 경계의 대상이 됩니다. 또한 갓 성인이 된 20대에는 여성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가족 공동체에서 벗어나야만 ‘진정한 성인 남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관념을 가지는 경향이 있기에 경계심이 더욱 강해집니다.

위의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는 굳이 남자다울 필요가 없는 “남성이 아닌 존재”로 여겨지며, 그렇지 않은 ‘진정한 남성’은 ‘여성스러운’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러납니다. 동성애와 여성성을 동일시하는 경향 또한 나타납니다. 그렇게 ‘여성적인’, ‘동성애자 같은’ 남성을 볼 때마다 비슷한 특질이 자신에게서도 발견될까봐 경계심을 느낀다는 답변자도 많았습니다.

“남자사회에서는 보통 게이를 남성의 성(sexual)역할을 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거야. …(중략)… 결국 내가 여성이 돼야 하는 거 아니야. 거기에 대해 공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걸 되게 오히려 욕을 하고… 그러는 게 있고, 만약에 (여성스러운 게이) 그런 경우는 되게 쉽게 용인을 해. “그럴 수도 있구나” 하면서, 나한테 공포감이 없는 거니까.” (사례 5, 27세, 대학 졸업)

위의 답변은 동성애자 남성에 대한 또다른 반응을 보여줍니다. 앞서 말한 “자신 안의 여성성에 대한 컴플렉스”와 달리, 사례 5에서는 굴복과 권력 상실에 대한  공포가 드러납니다. 남근 중심적 성문화에서 남성 동성애자의 성행위는 성기-항문 섹스로 정형화되고, 삽입을 ‘당하는’ 것은 남성들에게 굴욕의 상징이 됩니다. 이는 “권력의 상실이며 나약함과 수동성이라는 여성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남성들에게 동성애는 자신 안에 숨겨진 여성성의 발현에 대한 불안, 혹은 자신을 여성으로 격하시킬 수 있는 위협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권력 투쟁과 같은 남성들의 관계

“남자는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내가 잘되거나 강해 보여야지 그렇게 안 하면 짓밟혀요.” (사례 8, 28세, 대학 졸업)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같이 만나면은 권력이 잘 안 보이잖아. 근데 남성들 자리에 딱 가면은 권력의 유무가 확시히 달라. 그게 자금이라든지 아니면은 그런 진짜 물리적인 권력을 떠나가지고 남성들이 사적으로 모인 그런 공간인데도 그 안에서 권력을 세우고자 하는 게 눈에 딱 보이거든…” (사례 5, 27세, 대학 졸업)

나약함이나 수동성 등 ‘여성적’인 특질에 대한 경계심은 남성들로 하여금 인간관계를 “이기느냐, 지느냐”의 문제로 받아들이게끔 합니다. 이들에게 남성들 간의 대인관계는 확고한 위계 질서이며, 상대에게 우위를 점함으로써 남성성을 지켜내고자 하는 권력 투쟁이지요.  지도자가 되어 타인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남성성의 상징이지만, 그 지배력에 복종하는 것은 여성성의 상징이기에 남성들은 성공에 집착하게 됩니다. 경쟁자 앞에서 무력해지지 않기 위해 나약함을 감추려는 ‘허세’가 남성들 간의 인간관계에서 자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죠. 남성 간의 관계에서 권력은 그 자체가 목적이며, 타인과의 경쟁적 관계는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수단이자 과정입니다. 이러한 경쟁심리는 남성들 간의 친밀한 정서적 관계 형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됩니다.

“(후배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지금 현재 문제가 있다면은 그걸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해줘야죠. 단순히 뭐 동병상련… 마음으로 위로해주기보다는 선배라는 게 후배가 힘들고 그러면 거기 합당한 대안을 모색해 줘야지.” (사례 1, 27세, 대학 재학 중)

“그러니까 선배는 모범을 보여야된다는 그런 게 있었어요. 말만 많고 그런 선배보다는 자기가 직접 몸으로 뛰면서 쓰러지는 선배가 후배들이 잘 따라오고, 거기다 곁들여서 돈까지 많이 쓰고 곁들이고 그러면 좋고…” (사례 2, 29세, 대학 졸업)

“군사문화라는 그게 있어요. 어쩔 수 없는 게, 남자애들은 조직사회를 경험을 하잖아요. 조직사회에서는 위에서 명령을 하면 되든 안 되는 해야돼요. 근데 그걸 여자애들이 이해를 못해요.” (사례 8, 28세, 대학 졸업)

나이로 인한 위계 질서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바람직한 남성상’은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선배상’으로 이어집니다. ‘바람직한 선배’는 고난이 닥쳐와도 힘든 내색 없이 듬직하게 후배를 이끌어야 하며, 후배에게 도움이나 조언을 받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이러한 관계 또한 선배가 지닌 우월한 권위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남자 선후배 관계도 권력의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동 작업을 할 경우 ‘선배’인 리더가 내린 지시를 후배들이 군말 없이 따르는 상의 하달식 관계가 나타납니다. 특히 유교적 문화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서는“서열 의식, 충성, 권위 등의 가치가 내면화”된 결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저랑 되게 친한 친구한테는 약간 막 대하는 경향이 있고, 아닌 사람들에게는 너무 제 본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친절하게 대하는 그런 타입인 거 같애요. 왜냐하면 저와 친한 사람들은 저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례 4, 24세, 대학 휴학 중)

“전적으로 믿음이 가거나 아니면은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안 생기면 그런(속깊은) 얘기를 하기가 쉽지가 않죠.” (사례 3, 22세, 대학 휴학 중)

앞서 말했듯 권력 쟁취를 추구하는 경쟁적 관계는 정서적 고립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고립은 정서적 친밀감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고,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친구”에 대한 요구를 낳습니다. 따라서, 경쟁적 대인관계에서 남성들은 타인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의 친구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한편, 자신과 정말 ‘친한’ 친구들은 아예 타인이 아닌 ‘나’의 일부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절친한 친구들과 “나”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때문에 정말 ‘친한’ 친구들을 소위 ‘막 대하는’ 것입니다. 이는 남성들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나’가 아닌 ‘타인’으로서의 존재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권력 지향적인 남성 간 관계에서 과연 여성들은 어떤 역할을 차지할까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글: 최호연
편집: 박정흠

참고 문헌
조중헌(2004), 한국사회 남성의 동성간 관계와 성별위계구조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한양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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