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2년. 미국 코미디언 대니얼 토시(Daniel Tosh)는 헐리우드의 한 코미디 클럽에서 강간에 대한 농담을 했다. 한 여성 관객이 그의 말을 끊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강간을 소재로 한 농담은 전혀 웃기지 않아요.” 토시는 이렇게 대답했단다. “만약에 저 여자가 지금 남자 다섯명에게 강간을 당하면 웃기지 않겠어요?” 그 여성은 이 일을 블로그에 올렸고, 그 글과 이 사건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코미디언 루이스 C.K. 는 이 사건이 “ 코미디언들과 페미니스트들 사이의 싸움이고, 그들은 천적 관계에 놓여 있다”라며, “왜인지 그 이유를 일반화해서 말하자면, 페미니스트들은 유머감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발언했.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히 달력만 세자면 3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페미니즘과 코미디 사이에 그간 어떤 일이 있어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아주 고릿적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강간 유머는 진화생물학에서 말하는 ‘지표종’과도 같다. ‘지표종’은 전체로 보았을 때에는 작은 부분일 뿐이지만 생태계의 전체의 병리나 시스템의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생물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3년간 여성과 성폭력에 대한 의식은 좋은 쪽으로 변화해왔다. 강간 유머의 진화가 이 변화를 보여준다. 2015년에 관객의 호평을 받은 유머들은 (대부분)강간범을, 강간범의 심리를, 그리고 강간문화 자체를 겨냥하고 있다.

강간 유머는 웃기지 않다는 명제는 ‘강간 유머가 강간의 피해자를 유머의 희생자로 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아주 끔찍한 일이 너에게 일어났지, 하하!
난 여성을 유린하고 깎아내리고 그녀의 존엄성을 부인할 거야, 하하!
이 일은 아주 웃기고, 넌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최근 사람들은 ‘발밑을 향한 주먹질’과 ‘위를 향한 주먹질’, 즉, 약자를 조롱하는 것과 특권층 및 현재의 상태를 겨냥하는, 심지어는 제국주의 열강들에게 한 방을 먹이는 것, 두 가지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강간 유머들은 모두 발밑을 향한 것이었다.

코미디언(이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샘 모릴(Sam Morril)은 많은 사람들의 신경에 거슬리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내 전 여자친구는 나한테 절대 콘돔을 끼라고 하지 않았어. 대박이지. 그녀는 약을 먹었거든. … 수면제 말야.” 의식을 잃은 피해자와의 섹스가 아주 그렇게나 웃긴가보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몇 십 년 동안 그 짓을 해왔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났던 2012년에 아직 우리는 빌 코즈비 사건(“미국의 아빠”라고 불리는 흑인 코미디언 빌 코즈비(Bill Cosby)는 수십명의 여성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 옮긴이 주)을 알지 못했다.

에이미 폴러(Amy Poehler), 티나 페이(Tina Fey), 세라 실버먼(Sarah Silverman), 캐머런 에스포시토(Cameron Esposito), 마거릿 조(Margaret Cho) 같은 재미난 여성 코미디언들이 지난 몇 년간 점점 더 명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코미디계의 가부장제에 결정적인 한방을 먹인 사람은 남성이었다. 한니발 뷰레스(Hannibal Buress)는 빌 코즈비의 “나는 성공적인 시트콤을 제작했기 때문에 흑인들을 깎아내려도 된다”는 태도를 조롱하면서 “그래, 하지만 당신은 여자들을 강간하잖아”라고 폭로했다. 여성들이 몇 십 년간 빌 코즈비의 성폭력 혐의를 제기해왔지만, 이 혐의들은 재판 없이 합의로 끝나거나 애초에 법정까지 가지도 못했으며 피해자들은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이도, 의지할 곳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뷰레스로 인해 드디어 (최근 한 타블로이드지가 “미국의 강간범”이라고 부른) “미국의 아빠”를 폐위시킬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뷰레스가 포문을 열자 코즈비 사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는 코즈비를 갈갈이 찢어 놓았다. 폴러는 동화를 소재로 한 영화 <숲속으로>(Into the Woods)를 소개하며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빌 코즈비랑 그저 커피 한 잔 마신다고 생각했지요.”라고 일침을 날렸고, 페이는 코즈비의 씩씩대는 말투를 흉내내며 약물 투여 혐의를 환기시켰다. “사람들에게 약을 줬지! 그들은 약을 원하지 않았어!” 폴러도 조롱에 동참했고, 이내 카메라는 관객을 비췄다. 몇몇은 반(反)강간 유머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고, 일부는 밤길에 갑자기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받은 사슴처럼 보였다.

뷰레스를 시작으로 언론인들과 성폭행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고, 코즈비는 몰락했다. 2015년 1월, 미국 코미디 계의 근엄한 종조부 제이 레노(Jay Leno)는 이렇게 말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여자들을 믿기 힘들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남자에 맞서 증언하려면 여자가 두 명 필요하다던데, 여기서는 스물다섯이나 필요하더군요.”

유명 코미디언들이 여성혐오적 행위로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건 특별히 더욱 역설적인 의미가 있다. 이는 두 가지, 즉 강간문화의 약화와 주류문화 속 페미니스트 코미디의 대두를 상징한다. 코미디의 대세가 교체되고 있다는 걸 이보다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Inside Amy Schumer: Court of Public Opinion: The Trial of Bill Cosby

코미디센트럴(Comedy Central)에서 방영하는 에이미 슈머의 쇼는 코즈비를 소재로 한 꽁트를 몇개 방영했다. 그중 하나에서, 슈머는 배심원들이 ‘진실과 정의를 직시하기보다 “미국의 아빠”를 보고 웃으며 즐기고, 달콤한 초콜릿 케익이나 먹는 편을 선호한다’는 점을 변론에 이용하는 코즈비의 변호사를 연기한다. 마지막 장면은 반전으로 끝난다. 슈머가 코즈비가 감사의 의미로 보낸 음료를 보고는 질겁하며 어깨너머로 던져버리는 것이다.

Inside Amy Schumer: Football Town Nights

하지만 강간범을 겨냥한 강간 유머의 최고봉은 강간문화의 논리를 날카롭게 비판한 에피소드 <미식축구 타운의 밤>(Football Town Nights)이다. 이 에피소드는 텍사스의 고등학교 미식축구 팀 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TV 드라마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Friday Night Lights)를 패러디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2015년 4월 방영된 이 에피소드는 미식축구 선수들에게 강간은 안 된다는 걸 가르치려는 코치가 지역사회의 몰이해와 적대에 부딪히는 모습을 그린다. 코치의 ‘착한 아내’를 맡은 슈머는 코치가 실패의 수렁으로 떨어질 때마다 말없이 더 큰 와인잔을 들고 나타난다(원작 텔레비전쇼의 아내가 항상 와인잔을 들고 등장한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 옮긴이 주).

이야기의 초반에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코치의 ‘강간 금지’ 명령으로부터 빠져나갈 구멍을 찾으려 애쓴다.

“원정경기에서는 강간해도 되나요?” 안 돼. “할로윈 데이에 여자가 섹시한 고양이 복장을 했으면요?” 안 돼. “그 여자는 강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요?” 그래도 안 돼. “우리 엄마가 검사라서 기소당할 일이 없으면 강간해도 되나요?” “며칠 전에 여자애가 ‘하자’고 제게 말했는데, 알고 보니 섹스 말고 다른 걸 말한 걸 제가 오해했다면 어떤가요?” “여자애가 동의해놓고는 갑자기 미친년처럼 마음을 바꾸면요?”

남성의 ‘권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나 여성의 존재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이런 반응들은, 실제로 웹사이트 댓글창이나 대학 캠퍼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이 다음의 장면은 아주 완벽하고도 끔찍한데, 중년 여성들이 코치에게 “우리 애들”이 마땅히 해야 할 강간을 못하게 한다며 침을 뱉고 간다. 이 에피소드는 배꼽 빠지게 웃긴 ‘강간 유머’다. 예비 강간범들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아무 핑계나 갖다대는 머저리들인지, 그리고 지역 사회가 얼마나 이 머저리들을 지지하는지 보여준다. 한마디로 ‘강간에 대한 유머’가 아니라 ‘강간문화에 대한 유머’다(이 에피소드에 강간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무대가 드디어 바뀐 것이다.

페미니즘은 아직 승리하지 않았다. 모든 이가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받기 위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연승을 거두고 있다. 그리고 이 승리는 몹시 진지한 동시에, 아주 웃기다.

원문: “If rape jokes are finally funny it’s because they’re targeting rape culture”, The Guardian
원문 게재일: 2016년 6월 16일
최종 수정일: 2016년 7월 11일
출처: The Guardian(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5/aug/10/jokes-finally-funny-because-culture-at-the-butt-of-them)
원저자: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
번역: ㅊㅈㅅ
편집: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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