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Money”를 주제로 한 2016년 여름 Bitch 제 71호에 실렸습니다.

 

2004년. 나는 목소리가 안 나온다. 속삭이는 것마저 불가능하다. 낭패다. 뉴욕 맨해튼의 법률사무소로 걸려오는 전화를 돌려주고, 변호사들을 상대로 감언하는 것이 내 일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지나자,  상사는 날 회의실로 호출해 내게 주어진 선택권을 논의한다. “단기장애 복지를 신청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여긴 현실세계니까, 그렇게 되 넌 블랙리스트에 오를꺼야.”

2009년. 나는 임신 9개월차다. 번역회사의 고객들을 위해 출산휴가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해놓느라 초과근무 중이. 상사는 내게 2주의 유급휴가를 주었다. 미국기준으론 후한 편이다.  파트너와 나는  월급 없이 3개월 정도 버틸 수 있길 바라며 돈을 모았다.

2010년. 나는 낙태를 한. 5개월짜리 딸을 둔 나는 막 출산휴가에서 돌아와 두 시간대로 나누어 분할근무 중이다. 수면 부족에다가 일에 집중하기도 힘들. 한편으로  둘째 아이를 낳길 원하지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곧 해고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임신한 여자를 어디에서 써주겠나?  

2015. 딸이 열이 난다. 나는 반차 내고 딸을 소아과에 데려간다. 밤 늦게까지 일해야겠지만, 나는 프리랜서다. 데드라인을 지키는 , 근무시간은 내가 정한. 지난 주엔 크론병이 도지는 바람에 일을 많이 못해서 많이 뒤쳐져 있는 상태이. 다행히  파트너는 우리 가족을 건강보험에 가입시켜주는 전통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 나는 집으로 돌아와 영화를 틀어 딸을 TV 앞에 딱 앉혀놓은 후 윗층에 일하러 올라간다. 내가 집중하기 시작할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 엄마?”

대기업과 스타트업 회사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사람을 직접 고용해 월급을 주고, 복지를 제공하고, 그들을 위해 법적·세적 의무를 지는 것 보다 하청노동을 고용하는 것이 더 싸고 간편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기그 경제(gig economy, 임시직 경제), 프리랜스 노동력(freelance workforce),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한 프롤레타리아트”를 뜻하는 요즘의 비정규직 노동계급에 대한 신조어). 명칭이야 어떻듯, 산업화된 세계 어디서건 전통적 풀타임 고용이 사라지고 독립적 계약에 기반한 노동이 늘어난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고용주들이 직원들의 복지와 업무의 유연성을 없앨수록 점점 많은 사람들, 특히 자녀를 둔 부모나 만성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정직원’의 자리에서 프리랜스 경제로 등 떠밀리 있다. 완전히 새로운 노동시장에서 그들이 발견하는 것은 새로운 종류의 장애물들이다. 물론 약간의 혜택도 함께.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 <잉크 (Inc.)> 같은 잡지들은 ‘기업가정신 ‘소기업’ 성장을 칭송하지만, 진실은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자본주의 정신과 청교도적인 성실성이 갑자기 일반 대중들 간에 번진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스타트업 회사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사람을 직접 고용해 월급을 주고, 복지를 제공하고, 그들을 위해 법적·세적 의무를 지는 보다 하청노동을 고용하는 것이  싸고 간편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것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 훨씬 적은 돈을 투자하는데도 수익은 늘고, 책임은 줄다니.

지금 번창하고 있는 회사들은 직원을 거의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우버(Uber)는 엄청난 자본을 투자해서 자동차를 떼로 사들이 그에 따른 운전사들을 고용한 것이 아니. 단지 본인 자동차를 소유한 독립적인 운전자들이 손님을 찾을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 뿐이다. 비슷한 경우로 핸디(Handy)나 홈조이(Homejoy)같은 스타트업 회사들은 독립적인 노동자들이 집 청소나 가구조립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폰 어플을 만들었다. 독립적인 기술 노동자들이(미용이나 성노동같은) 노동이라는 특권을 얻기 위해 ‘업체’에 일정액을 지불하곤 했던 업계 종사자들의 상당수가 이제는 독립해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전통적으로 정규직이었으며, 노동조합까지 있던 신문기자나 대학교수같은 직업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프리랜싱이 너무 흔해져, 이젠 정규직 고용이 고릿적 일같이 느껴질 정도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것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 훨씬 적은 돈을 투자하는데도 수익은 늘고, 책임은 줄다니. 그러나 노동자 입장에서 이것은 암담한 일이다. 전에는 노동조합이 있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던 양질의 일자리가 있었다면, 이제는 끊임없이 쫓아다녀야 하는 일거리(gig)만이 있을 뿐이다. 미국 노동력의 34%인 5천 3백만명이 이제 프리랜서로 분류되고 있다. 이 숫자는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미국 고용주들이 고용을 그만두고 해고를 시작했던 2008년과 2009년에 급격히 상승했다. 고용 기회가 사라진 모든 분야의 노동자들은 풀타임이든 파트타임이든 가리지 않고 프리랜서 일을 시작했다. 과거엔 조합원이었던 식료품점 직원이 이제는 인스타카트(Instacart)를 통해 독립적 하청업자로 식료품 배달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프리랜서 노동력의 절반은 사업을 운영한다는 의미의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나머지 절반은 비정규직과 임시직 노동자가 채우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저임금의 서비스직이나 육체노동에 종사한다. 기업들은 더 이상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 숙련된 노동력을 채용하고 유지하는데 자본을 투자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체 가능한 수많은 인력이 언제라도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대기 중인 상태에서, 기업이 노동자의 존엄성을 지켜줘야 할 인센티브는 커녕, 존엄성을 인정해줘야 할 인센티브 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성평등 헌법 수정안은 통과되지 못했고, 성별 임금격차는 꾸준하며, 이는 특히 유색인종 여성의 경우 더욱 심하다.

미국 경제는 적어도 일부 공식적인 잣대에 의하면 회복하기 시작했지만(공식 실업률은 2009년 10%에서 현재 5.5%로 감소했다), 임금은 그대로이고, 아웃소싱(외주화-편집자 주) 비정규직 노동의 경향은 증가했을 뿐이다. 이는 한때 명망 높던 직업들의 “비전문화” 또한 포함한다. 예를 들어, 미국 대학교수 연합(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y Professors)에 따르면 대학 교수진의 절반 이상이 정규직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제 임시직”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1969년에는 대학 교수직의 단 21%만이 비-종신교수였지만 2013년에 그 숫자는 66%로 뛰어올랐다고 대학 관리 위원회 연합(Association of Governing Boards of Colleges and Universities)이 밝힌 바 있다. 또, 초중고교에서는 대안학교(charter school)의 증가로 인해 교사 노조가 약화되고 임금과 전문자격 수준이 낮아졌다. 미국 카피에디터 연합(American Copy Editors Society)은 한때 거의 모든 회원이 월급을 받는 정규직 신문사 에디터들이었으나, 이제는 거의 절반 이상의 회원이 프리랜서로 일한다.

그래서 이 현상이 여성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을 위한 동일임금 및 임원직 자리 보장에 집중했다. 하지만 성평등 헌법 수정안(Equal Rights Amendment)은 통과되지 못했고, 성별 임금격차는 꾸준하며, 이는 특히 유색인종 여성의 경우 더욱 심하다. 물론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와 같은 일부 여성은 정말로 정재계의 고위직에 입성한 바 있다.  셰릴 샌드버그의 베스트셀러 <린인(Lean In)>은 여성들이 경력개발에 집중할 것을 강조하지만, 이러한 류의 페미니즘은 계급 격차라는 맹점을 갖고 있는 경향이 있다.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는 자신의 신생아를 위해 사무실에 유아용 공간을 만들었지만 사원들의 재택근무는 금지함으로써 비판받았다. 일부 사원은 재택근무를 택할 수 있는 업무의 유연성때문에 해당 직장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 금지로 인해 육아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병가에 대한 이런 식의 엄중한 제재는, 만성 질환이 있거나, 건강 문제가 있는 가족과 아이를 돌봐야 하는 사람의 풀타임 직업 유지를 거의 불가능하게 한다.

병가 역시 일하는 여성들에게 큰 문제이다. 특히 임신하거나, 육아중이거나, 장애나 만성 질병이 있을 경우 더욱 그렇다. 노동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풀타임 노동자 단 75%와 파트타임 노동자 27%만이 유급 병가를 쓸 수 있다. 풀타임 노동자들의 병가 일수는 연간 평균 8-9일이다. 많은 고용주들이 더이상 병가와 휴가를 구분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목적에 관계없이 쓸 수 있는 연간 유급휴가 일수를 제한하고 있다. 그 제한된 수를 초과하면 징계도 받을 수 있는데, 사원과 아이가 함께 독감을 한두 번 정도 앓기라도 하거나, 일년에 진료받을 일이 몇 번 정도 있다면 그 제한 일수를 초과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병가에 대한 이런 식의 엄중한 제재는, 만성 질환이 있거나, 건강 문제가 있는 가족과 아이를 돌봐야 하는 사람의 풀타임 직업 유지를 거의 불가능하게 한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진 매케인(Jeanne McKane)은 딸이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을때 이미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음에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나는 전통적 의미의 풀타임 직장에서는 계속 일할 수 없었을 거에요. 가정과 학교에서 요구되는 사항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9시에서 5시까지의 근무시간에 도저히 맞지 않는 그런 갑작스러운 요구사항들 말이에요.”

프리랜서 노동력이 증가하면서, 회사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압박 또한 점점 심해지고 있다. 노동력이 ‘정리’되어 ‘아웃소싱’된다는 것의 의미는, 뼈다귀만 남은 적은 수의 풀타임 노동자들이 프리랜서 부대들을 운용해야 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 풀타임 노동자들은 더 빨리, 더 많은 일을 할 것을 요구받으면서도 “진짜” 직업이 있음에 감사할 것을 요구받는다. 봉급과 복지가 줄었어도 말이다.

“하와이 주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미국 중간값인 7.75불(대략 8,600원)인데, 하와이의 풀타임 최저임금 노동자가 1월부터 9월까지 일해서 번 임금의 전체를 고스란히 다 아이 보육비에 바쳐도 고작 1년치밖에 낼 수 없다.”

물론 임금격차 문제도 남아있다. 여성정책 연구소(Institute for Women’s Policy Research)에 따르면, 2014년 미국 여성들은 남자가 벌어들이는 돈의 1달러당 평균 79센트를 벌었다.  미국 대학여성 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y Women)처럼 그 통계를 인종별로 구분해보면,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백인 남성이 1달러를 벌때 아프리카계 미국여성은 평균 64센트를 번다. 거기에 북미 원주민계 미국여성은 59센트, 라틴계 미국여성은 54센트이다. 게다가 유색 인종 여성은 대다수 저임금 서비스직 일을 하는데, 이런 직종에선 복지가 거의 아예 제공되지 않는다.

임금관련 숫자 다음 살펴볼 것은 육아비용이다. 최근 경제정책 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33개 주에서 (그 주에 거주하는 학생이 내는) 주립 대학교 등록금보다 아기를 보육원에 맡기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하와이 주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미국 중간값(median)인 7.75불(대략 8,600원)인데, 하와이의 풀타임 최저임금 노동자가 1월부터 9월까지 일해서 번 임금의 전체를 고스란히 다 아이 보육비에 바쳐도 고작 1년치밖에 낼 수 없다”.

다시 말해, 유급 출산휴가의 부재, 부족한 휴일 수, 업무 유연성의 부재, 보육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불평등한 임금 등을 한데 모아보면, 비단 수학 천재가 아닐지라도 여성들이 직장에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파할 수 있다. 그 결과로 인해, 전업주부 어머니들의 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 늘어 현재 29%에 달했다고 퓨 연구소(Pew Research Center)는 밝혔다. 여성 프리랜서의 수도 늘었다. 프리랜서 조합(Freelancers Union)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여성은 비정규직 노동력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풀타임 직업이 있는 여성이 부가적 수입을 위해 프리랜서로 투잡을 뛰는 경향은 남성보다 두드러진다. 풀타임 프리랜서들은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것에 대해) 유연한 근무시간을 주요 동기로 꼽는다 (여성 58% 대 남성 43%의 답).

물론 많은 여성들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돌봄노동까지 한다. 시카고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메그 월레스(Meg Wallace)가 말하듯,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예산을 맞추려고 근무 스케줄을 빽빽하게 잡았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비상사태나 가족에게 급한 일이 발생하면, 주말이나 한밤중까지 초과근무를 하게 되고, 내 건강을 살피기가 어려워지죠.” 콜로라도 주 포트콜린스 시의 리사 뻬레(Lisa Péré)에게 프리랜서 일은 만성질환이 있는 아이를 돌보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내가 프리랜서가 아니었더라면 육아는 불가능했을꺼에요. 지난 이틀을 꼬박, 결국 병원신세를 지게 된 아픈 아이를 돌보는데 바쳤어요. 그런데 내가 만약 사무실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면? 아마도 응급실 행 사태가 됐을꺼고 상황도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했겠죠.”

2013년 노동통계청은 모든 다른 조건이 동일할 시, 여성 프리랜서가 남성 프리랜서보다 주당 10불을 더 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업무의 유연성도 물론 좋지만, 프리랜서 조합에 따르면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노동통계청은 모든 다른 조건이 동일할 시, 여성 프리랜가 남성 프리랜서보다 주당 10불을 더 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것은 일반적인 회사에서 남성에게 직장에서의 우위를 부여하는 모든 요소들(성별, 인종, 아이 양육 여부, 나이, 젠더, 성적지향, 외모, 사회적 네트워크, 위계질서 등)로 인해 그 가치가 절하되었던 여성들이 일반 회사를 떠나 프리랜스 분야에서 자신의 운을 시험할 때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과 비-시스젠더 남성에게 지속적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모든 요소들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을 더 많이 담당해야 하고, 임신이 요하는 육체적 고통과 영아 돌봄이 요하는 육체적 노동을 감당해야 하고, 같은 서비스를 받더라도 대부분 남성보다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의 사회화 (feminine socialization)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사회화 되는 과정을 거치고, 이것이 성차별, 혹은 성역할 등으로 고정되는 경우. 이 경우 여성이기에 거절하기 어렵거나, 여성에게 더 낮은 임금을 지불하는 것 등을 당연히 여기는 것을 의미-편집자 주) 역시 걸림돌이 된다. 단호하고 강경하게, 불합리한 요청을 딱 잘라 거절하고, 자신의 진짜 가치에 걸맞는 임금을 요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프리랜스 카피라이터는 남성 필명을 사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그녀는 진짜 이름을 사용했을 때보다 “펜을 가진 남자들(Men with Pens)”의 “제임스 차트란드(James Chartrand)”와 같은 이름을 사용할 때 전보다 더 “과감”하고 “직설적”인 글을 써도 문제 없었을 뿐더러 돈도 훨씬 많이 벌 수 있었다고 한다.

노동자가 프리랜서가 된다고 해서 계급이 사라지는게 아니라는 것 역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 노동계급의 사람들은 대개 적은 임금과 많은 관리감독을 받는 임시 비정규직 일자리으로 흘러들어 간다. 기업이 일자리를 ‘프리랜서’나 ‘임시직’으로 구분할 때 속임수를 쓰는 일은 매우 흔하다. 노동자가 프리랜서인지 아닌지를 결정할때 국세청은 노동자들이 상사의 감독을 받는지, 근무시간 조정에 어느 정도 재량이 있는지, 누구 소유의 작업물품을 이용하는지, 현장에서 일하는지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다. 하지만 국세청도 직원이 부족하고 예산이 삭감되어서, 감사가 밀린지 벌써 몇년째이다. 즉 고용주들이 노동자 분류를 부정직하게 하고, 인두세나 복지혜택을 제공하지 않고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친-기업적 언론 매체는 프리랜서들에게 스스로를 소기업체 사장이나 스타트업 회사의 CEO로 여기라고 성화다. 예를 들자면, 수많은 비즈지스 서적들이 어떻게 하면 당신이 “억대 연봉을 버는 프리랜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들은 주로 고학력 중산층이거나 이미 부유한 지식노동자들을 타겟으로 한다. 이 계급층은 그들의 계급으로 인해 프리랜서로서 성공하기가  훨씬 쉽다. 그들은 자신의 서비스를 광고해줄 그럴싸한 웹사이트 제작 비용을 감당할 수도 있고, 사업 대출이나 기타 신용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사회적 관계망(인맥)을 통해 입소문을 낼 수도 있다. 노동계급의 프리랜서들은 상대적으로 신용, 사무실 공간, 금융에 관한 지식, 부유한 고객과의 사회적 관계망 등을 갖추었을 가능성이 낮다. ‘나’라는 회사의 CEO로 부자가 되라는 과장된 부추김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은 그들이 보다 일반적인 직장에서 차지했던 계급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다.

의사결정의 자유, 즉 고통의 냄새를 풍겨오는 프로젝트나 싫은 고객들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이야 말로 프리랜서 직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미덕이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에게 프리랜스 일이란 무형의 혜택이라는 가치를 지닌다. 전형적인 사무실 구조를 탈피한다는 것은 수많은 젠더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스타킹도, 하이힐도, 꽉 끼는 유니폼도, 드라이클리닝 비용도 더이상 필요없다. 혼자 일하면 감정노동의 필요성 또한 훨씬 줄어든다. 가식적인 미소나 의미없는 잡담 등,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어루만져줄 필요도 없고, 힘들게 하거나 모욕적인 고객과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도 늘어난다. 사실 이 의사결정의 자유, 즉 고통의 냄새를 풍겨오는 프로젝트나 싫은 고객들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이야 말로 프리랜서 직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미덕이다. 그럴만큼 일거리가 많다는 전제 하에만 가능하긴 하지만 말이다.

사무실 정수기 옆에서 동료들과 대화할 장소가 없는 많은 프리랜서들은 SNS를 통해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생성하고 있다. 프리랜서 조합이나 편집계 프리랜서 연합(Editorial Freelancers Association)과 같은 단체들이 노동조합처럼 협상이나 보호는 제공할 수 없어도 다른 종류의 지원와 교육은 제공하고 있다. 비공식적 네트워크도 매우 중요하기에 프리랜스 작가, 성노동자, 수공업자 등 많은 프리랜서들은 페이스북 그룹이나 이메일링 리스트, 또 기타 공식적인 프로페셔널 연합이나 네트워킹 그룹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로를 통해 우리는 좋은 고객을 찾을 수 있는 방법과 대가를 지불받고 세금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등을 배울 수 있다. 또 재택 프리랜서 여성들은 고립감의 완화가 가능하고, 직장에서의 사교활동 부재라는 빈 공간을 메울 수 있는 동료의식도 얻을 수 있다.

프리랜스 경제로의 이행은 성차별에 대한 해답이 될수 없다. 임금격차도, 직장에서의 차별도 종식시키지 못할 뿐더러, 노동법, 건강보험, 아이 양육, 우리의 젠더의식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변화를 대체할 수도 없다.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변화는 인종, 계급, 장애와 그 밖의 요소들로 유발되는 모든 종류의 고충을 아우르는 교차적 페미니즘과, 사회적 변화를 위한 집단 운동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살기 위한 요구에 대해 아예 고민하는 척조차 하지 않는 경제구조의 단기적 측면에서 볼 때, 프리랜서 일은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창출된 임시방편으로서의 기능을 다한다. 즉 우리가 이 계약에서 저 계약으로, 이 소득신고 기간에서 저 소득신고 기간으로 거쳐가며 알아가는 임시방편인 것이다.

 


원제: Between a boss and a hard place: Why more women are freelancing @The Bitchmedia
원문 게재일: 2016.8.2.
원저자: 사라 그레이(Sarah Grey)
번역: Lee Shin
편집: Miro/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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