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남성에 비해 20% 이상 낮은 시간당 임금 받아

페미디아는 지난 기사에서 성별 임금 격차 해소와 유연한 업무 환경을 결부시켜 설명한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 교수의 인터뷰를 소개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골딘 교수의 2014년 논문을 통해 미국의 성별 임금 격차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왜 유연한 업무 환경이 중요한 요소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1980년대까지 미국의 임금 격차는 교육 수준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성별 ‘인적 자본’ 축적의 차이로 대부분 설명됐습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교육 수준이 낮았고, 그에 따라 여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직업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교육 수준의 차이는 점차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 따라 임금 격차 역시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20% 이상 낮은 시간당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 남아있는 격차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성별 임금 격차, 남성 선호 만으로는 설명 안 돼

미국의 임금 데이터를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당 임금이 휴직 여부, 주당 업무 시간 등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그 영향이 직종에 따라 다르다는 것, 연령이 높아질수록 임금 격차가 커진다는 것, 그리고 아이가 없는 여성의 경우 임금 격차가 현저히 작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단순히 기업에서 남성을 선호하여 성차별적 임금을 제시한다는 것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골딘 교수는 임금이 일하는 시간에 정확히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특정 직종에서는 1시간에 만원을 버는 노동자가 2시간 일하면 2만원을 벌지만, 다른 직종에서는 똑같이 1시간에 만원을 버는 노동자가 2시간에 5만원을 벌기도 합니다. 두 번째 경우, 오래 일할 때의 보상이 크지만 반대로 말하면 적게 일할 때의 손해도 무척 큽니다. 첫 번째 경우를 선형 임금 구조, 두 번째 경우를 비선형 임금 구조라고 합니다.

비선형적 임금 구조가 성별 임금 격차 불러와

고소득 직종 중에 선형 임금 구조를 보이는 대표적인 직업이 약사입니다. 약사들은 대부분 일한 시간에 비례해서 소득을 올립니다. 비선형 임금 구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직업에는 법조인과 경영인이 있습니다. 두 직업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업무 시간에 따라 무척 높아집니다. 성별 임금 격차가 세 직업에서 어떻게 다를지 예상이 되시나요? 약사의 경우 성별 임금 격차가 거의 없는 반면, 법조인과 경영인의 경우에는 매우 큽니다. 연령이 높아지고 자녀가 생김에 따라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남성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줄어든 업무 시간에 따른 손해가 약사의 경우 거의 없는 반면, 법조인이나 경영인의 경우에는 무척 크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업무 환경의 유연성이 선형 임금 구조에 중요한 요인

이러한 임금 구조의 선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업무 환경의 유연성입니다. 즉, 최소 업무 시간이 얼마나 긴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고객이나 동료들과의 면대면 만남을 자주 해야 하는지, 휴직이 자유로운지 등에 따라 임금 구조가 결정됩니다. 자료를 살펴보면 과학, 기술 직종은 업무 환경이 유연한 반면 경영, 보건 직종은 그렇지 못하고, 법 계열 직종은 가장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직종별 차이는 고스란히 성별 임금 격차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한국, 성별 임금 격차 OECD 압도적 1위

이러한 분석이 사실이라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어떠할 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2014년 OECD 자료를 보면 한국이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0년이 훌쩍 넘게 1위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남녀의 교육 수준 차이가 사라진 지 오래 되었습니다. 미국 노동 시장을 대상으로 한 분석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의 지나치게 경직된 업무 환경을 생각해보면, 성별 임금 격차가 ‘그냥’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업무 환경을 유연하게 만드는 노력과 더불어, 여성의 업무 시간 손해가 최소화 되도록 동등하게 가사를 분담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크게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OECD Data (OECD, 2014년 성별 임금 격차 자료)

 

참고 문헌

Goldin, C. (2014). A grand gender convergence: Its last chapter.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104(4), 1091-1119.

글쓴이: 박정흠

편집: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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