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일본군 ‘위안부’는 2016년 매우 익숙한 주제입니다. 그러나 익숙한만큼 이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일정한 틀이 단단하게 구축되어 있어 생존자들의 경험과 그것이 지닌 역사적, 사회적 의미가 한정되고 있기도 합니다. 아시아의 수많은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가 되었지만,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의 경우 조선인, 여성, 빈곤층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인, 뿌리깊은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여성, 그리고 엄격한 신분제의 전통과 가난 속에서 허덕여야했던 빈곤층은 오랫동안 역사에서 주체가 되지 못한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경험이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배층, 남성 중심으로 역사를 인식하고 서술하는 틀에 따라 그 형태가 정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과도하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자면,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에서는 역사를 ‘민족’ 개념을 중심으로 보는 역사학이 주류였기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는 식민지배의 극단적 사례 중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죠.

그들은 역사의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여성주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역사를 살펴봄에 있어서도 민족 중심적 시각을 벗어나서 ‘젠더’라는 요소를 통해서 그동안 배제되어 있었던 역사 속의 시간, 공간, 그리고 사람들을 인식하고, 의미화 해보자는 움직임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일제의 피식민지인에 대한 억압으로만 보던 시각을 확장하여 그것이 가부장제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리고 가부장제와 함께 운영되었음을 지적하는 연구들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시각 중 하나만으로는 일본군 ‘위안부’의 경험의 총체적인 양상을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이번 글에서 소개할 글의 필자인 양현아(2006)가 언급하듯이 일본군 ‘위안부’는 조선인이자 여성이었고, 동시에 빈곤층으로 하나의 특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이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를 일본군 ‘위안부’라는 일을 경험한 한가지 특성으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체를 역사의 다양한 맥락 속에 존재하는 주체로서 복잡하고 입체적인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과 그들의 경험을 일본군 ‘위안부’ 1인으로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역사의 엑스트라가 아니라 역사의 다양한 맥락을 복합적으로 지닌 주인공이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의 경험은 “한편으로 식민지성(coloniality)의 지속과 극복이라는 축과 다른 한편 여성의 성성(sexuality)에 대한 폭력이라는 또 다른 축이 교차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성격을 파헤치고 해결하는데 포스트식민페미니즘(postcolonial feminism)의 시각이 필요(양현아, 2006: 136)”합니다. 따라서 탈식민 페미니즘에 입각하여 일본군 ‘위안부’의 상흔(trauma), 특히 식민지 이후에까지 지속된 상흔의 성격을 조명하는 양현아(2006)의 작업은 일본군 ‘위안부’의 경험을 보다 종합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좋은 지침이 되는 연구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을 역사의 주체로 위치짓는 작업을 하고자 하는 연구자에게 고민해볼만한 지점을 제시해주는 연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탈식민페미니즘으로 이해하기

이 연구의 구체적인 작업인 일본군 ‘위안부’의 포스트식민의 상흔에 대한 분석을 살펴보는 것에 앞서 연구의 이론적 근간이 되고 있는 탈식민 페미니즘(Postcolonial Feminism)에 대해서 간략히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탈식민 페미니즘은 단순히 시간적으로 식민 지배 이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식민지 시기에 입은 피해가 식민지 ‘지속되고 누적되고 또 변형된다는 것을 말하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민족’이라는 개념이 피식민 사회의 엘리트들에 의해 역사서술의 유일한 요소가 되어온 것을 비판하고 피식민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분열들에 주목해야함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식민주의에 대한 민족주의 역사서술로부터의 탈피 뿐만 아니라 기성 페미니즘으로부터 탈피해야한다고도 주장합니다. 그리고 식민 지배 사회와 포스트식민 사회를 분석면서 그 분석의 핵심 요소로서 ‘젠더’를 가지고 오는 방법론을 택하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서 본격적으로 살펴볼 양현아(2006)의 글은 탈식민 페미니즘 시각에서 식민지배 이후 지속, 확장되는 일본군 ‘위안부’의 상흔이 한국사회의 가부장성과 이로 인한 식민지 유제의 온존과 심화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보고, 이를 통해 “기존에 ‘민족’ 담론으로는 포착될 수 없었던 ‘전통’과 가부장제의 식민지적 계보”를 밝혀내는 작업입니다.

이 글은 다음의 논문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1)편과 (2)편으로 나뉩니다. (2)편은 2016년 5월 27일 발행 예정입니다. 양현아, 2006, “증언을 통해 본 한국인 ‘군위안부’들의 포스트식민의 상흔(Trauma)”, 한국여성학, 22(3): 133-167).

이미지 출처: http://amnesty.or.kr/12119/

글쓴이: 백재예

편집: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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