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7일 강남역 부근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한 남성이(34) 일면식도 없는 한 여성(23)을 수 차례 칼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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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27년 전,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폴리테크 대학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닮아있다 – 일명, ‘몬트리올 페미니즘 대학살’. 몬트리올 페미니즘 대학살은 1989년 12월 6일 캐나다 몬트리올 지역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 대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나는 페미니스트들과 싸운다!’고 소리를 지르며 총기난사를 하여 총 28명의 학생들을 죽게 하고, 자신도 끝내 자살을 한 비극적 사건이다. 사건 이후의 상황도 닮아있다. 이 사건을 두고, ‘명백히 안티페미니스트적 살인사건’이다 하는 주장과 ‘단순히 미친놈의 행위’로 덮어버리려는 의견이 대조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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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출구는 추모의 글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사건 4일 후, 5월 21일에 추모 집회가 있었다. 불안감, 분노, 슬픔, 한편으로는 체념과 망연자실한 복잡한 감정들이 뒤엉켜 곳곳에서 목소리를 냈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2016년 대한민국의 상황은 1989년 캐나다의 상황보다 암울하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폭력문제에 대해 정작 남성들은 직면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것들을 여성의 탓으로 돌린다 – 새벽에 노래방에 있었던 피해여성에게, 이 사건을 여성혐오(줄여서, 여혐)살인으로 바라보는 여성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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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몬트리올 페미니즘 대학살 이후, 남성들을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모였다. 화이트 리본을 꽂고 추모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사건이 지금의 반폭력 페미니스트 남성단체 ‘화이트 리본(White Ribbon)’을 만든 계기가 된 것이다. 이 후, 1991년 몬트리올에서 화이트 리본 본부가 생겼고, 이후 캐나다 지부 및 전 세계 60여 개국에 크고 작은 조직을 형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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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리본의 기본적 정체성은 ‘Men working to end men’s violence against women’이다. 다시 말하면, 화이트 리본은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운동을 하는 남성 조직이다(http://www.whiteribbon.ca/who-we-are/ 참고). 이 조직이 의미있는 것은 여성혐오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주체의 남성들이 주체적으로 자성하고, 실천적으로 조직화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제는 남성들이 들고 일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처절한 여혐시대에 남성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각성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판 화이트 리본을 희망해본다.

글쓴이: 빠른

편집: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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