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일을 잘 했으면 경영자로 뽑았겠지. 여성 경영자가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남자가 여자보다 더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니까 경영자에 적합할거야.” 이런 말 많이 들어 보셨지요. 그런데 정말 남성 경영인이 여성 경영자보다 일을 더 잘하는 것일까요?

후앙과 키스젠이 2013년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여성 경영자들이 더 객관적이고 효율적인 판단을 내리고, 그에 비해 남성 경영자들은 자기과신(overconfidence)으로 인해 회사의 가치를 깎는 결정을 내리며, 심지어는 이로 인해 해고될 확률도 높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1993년부터 2005년 사이에 미국에서 있었던 총 1750개의 남성 경영자에서 남성 경영자로의 경영자 교체, 116개의 남성경영자에서 여성 경영자로의 교체사례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주요 결과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1. 여성 경영자는 남성 경영자에 비해 더 좋은 결정을 합니다.

여성 경영자는 남성 경영자에 비해 합병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적고, 부채를 덜 발행합니다. 결정을 내리는 빈도가 적은 대신에 여성경영자가 합병 결정을 내렸을 때의 공시수익률은 남성경영자보다 약 2%p 더 높습니다.

부채발행과 관련한 공시수익률은 여성 경영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이 약 3.7%p 더 높습니다. 이런 결과들은 시장이 기업의 주요 결정사항들에 대한 여성 경영자들의 판단을 더 우호적으로 받아들인다, 즉 여성 경영자가 남성 경영자에 비해 객관적으로 더 좋은 결정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남성경영자는 심지어 기업의 가치를 해치는 합병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성경영자의 합병결정이 남성경영자에 비해 시장에서 높게 평가된다는 분석을 위에서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약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남성경영자는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나머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터무니없는 합병결정을 감행할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남성경영자가 기업의 가치를 해치는 합병을 감행할 확률이 여성경영자보다 높을까요? 논문에서 기업 가치를 해치는 합병이란 합병발표의 공시수익률이 0보다 작은 합병으로 정의했습니다. 남성경영자가 합병을 추진할 때 해당 합병이 기업 가치를 해칠 확률은 50%가 넘는 데에 반해 여성경영자가 추진한 합병 중 기업의 가치를 해친 사례는 전체의 약 30%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경영자가 교체되었을 때 기업가치를 해치는 합병을 할 확률이 약 20%p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남성 경영자가 과잉확신에 빠져 회사에 해가 되는 계약까지 체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남성경영자는 잘못된 경영으로 해고될 확률이 여성경영자보다 높으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회사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옵션의 행사를 늦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성보다 나은 역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경영자가 적은 이유

저자들은 위의 결과에 대해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경영자는 남성 경영자에 비해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경영자가 드물다는 사실은 다소간 놀랍다.’고 말하면서, 여성 경영자가 부족한 원인 중의 하나로 경영자 고용과정에서의 성차별을 제기합니다. 경영자 고용과정에서 있는 차별적인 선호(discriminatory preference)를 극복해야 했기 때문에 여성 경영자의 경영능력이 평균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글을 옮기는 내내 “학력∙성별∙출신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지만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던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고졸 출신 임원인 양향자(49)씨가 생각났습니다. 유리천장을 깨고 경영자 혹은 임원이 되기까지 그들의 노력과 각오는 얼마나 되었을까요? 남성에 대한 차별적인 선호 때문에 전문 경영인이 되는 문턱에서 결국 고배를 마셔야 했을 여성들도 있었을 겁니다. 분석에서 발견한 여성 경영자들의 우수한 능력이 그녀들이 겪은 차별과 고통을 비춰주는 것 같아 뒷맛이 씁니다.

References
박상준 (2016).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는 말 않겠다” 더민주 여성인재의 눈물. 한국일보.
Huang, J., & Kisgen, D. J. (2013). Gender and corporate finance: Are male executives overconfident relative to female executive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08(3), 822-839.

글쓴이: 윤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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