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인  ‘여자로 태어나시민 한 일가는 너끈히 먹어살려사주’는 ‘여자로 태어났으면 한 일가는 거뜬히 먹어살려야된다’는 뜻의 제주 속담입니다.

 

당신은 ‘제주도 여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거센 파도를 헤치며 물질을 하는 ‘해녀’? 아니면 어려운(?) 사투리를 구사하는 ‘억척스러운 할머니’? 제주의 척박한 환경을 견디고 삶을 이어가는 생활력이 강한 ‘강인한 여성’?

사실 ‘제주여성은 생활력이 강하다, 부지런하다, 강인하다’등의 인식은 널리 퍼져있는 제주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 중 하나인데, 이는 특히 제주라는 지역사회 안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도민들의 의식 속에 ‘강인한 제주여성’이라는 이미지가 무의식중에 녹아들어,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담론이란 지시하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시대상을 생산해 내는 작동적 특성을 갖는다(MacDonell)’라는 시각에서 보았을 때, 모든 제주여성을 ‘강인한 여성’이라 호명하는 것은 매우 억압적인 지배담론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인식은 제주에서 살아가는 ‘강인하지 못한 여성 개인들’을 억압하고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주여성은 알고 보니 연약한 여성들이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하는 것은 ‘하나의 성격으로 규정되는 집단은 없다’는 것이다. 제주여성은 누구보다 강인할 수도 있고, 또한 누구보다 약할 수도 있다. 그건 개개인이 가진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이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다. “아니, 약하다고 한 것도 아니고, 강하다고 해주는데도 왜 난리야?” 라고.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강하다는 것은 곧 긍정적인 것을 의미하곤 하니까.

하지만 ‘강인한 제주여성’이라는 담론 자체가 제주여성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① ‘강인한 제주여성’ 담론은 제주여성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을 하면서 견뎌내야 하고, 강인하고 근면해야한다는 ‘억압’으로서 작용하고 있으며, ② 강인한 여성으로 회자됨에도 불구하고, 남성들과 동등한 사회 성원으로서의 위치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숭배하기’는 교묘하면서 효과적인 타자화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당연시되는 ‘제주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와 그로 인한 억압

제주도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전국의 평균여성에 비해 경제활동이 더 활발하고, 고령자의 경제활동이 두드러지며,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고 고학력자와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이 더 적극적인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의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국 평균이 51.8% 인데 비해, 제주도는 61.6%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11년 제주여성가족통계를 통해 유추해 보면 노동조합이 있는 직장의 총 근로자 수는 5,527명이고 그 중 여성은 1,263명으로 22.9%에 해당된다. 통상 노동조합이 결성된 곳은 사업장의 규모가 비교적 큰 곳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적용해보면 제주여성의 노동은 소규모 자영업이거나 주변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제주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다는 것이 여성의 경제력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김영순).

한편, 여성취업에 관한 견해를 살펴보면, 2015년 자료를 기준으로 제주도 여성과 남성은 ‘여성은 가정에만 전념해야 한다’에 대한 응답이 각각 3.3%와 5.2%로 나타나는데, 이는 전국평균인 5.5%(여)와 8.4%(남)와 비교했을 때 더 작은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정일에 관계없이 취업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주도 여성과 남성은 각각 63.0%와 58.6%의 응답률을 보이고 있어, 전국 평균인 52.6%(여)와 49.5%(남)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여성과 남성 각각에서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가정일에 관계없이 여성이 취업해야한다고 대답한 위의 통계결과를 통해, 제주지역에서는 타지역에 비해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비교적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여성의 취업에 대한 견해’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 제주도는 비교적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고, 일을 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것은 가사노동에만 전념하는 주부들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져 제주도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타지역에서 제주도로 이주해 온 여성들이나 제주도의 젊은 여성들에게 또 다른 억압의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강인하다고 회자되지만, 여전히 ‘2등 시민’으로 대우받는 제주여성 

하지만 제주 지역사회가 여성들에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강인함’을 요구하는 반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제주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2등 시민’이다. 예컨대, 지난 2008년, 2012년, 2016년의 ‘행정구역별 국회의원 선거의 입후보자 및 당선자 수’를 살펴보면, 2008년에는 전체입후보자 15명 중 여성 입후보자의 수는 2명, 여성 당선자의 수는 0명이다. 그리고 2012년에는 입후보자 전체 10명 중 여성은 1명이었으나, 여성 당선자는 0명이었으며, 2016년에는 전체 입후보자 9명 중 여성 입후보자는 단 한명도 없고, 당연히 여성 당선자의 수도 0명이다. 게다가 읍·면·동의 대표자 중에서 여성의 비율은 20%남짓인데, 특히 읍·면 지역으로 갈수록(농어촌 지역일수록) 여성이 대표로 있는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또한, 해녀들이 속해있는 해안마을에는 어촌계가 있는데, 어촌계원의 수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어촌계장을 맡는 경우는 드물다.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마을의 각종 행사를 주도하는 쪽은 남성이고, 여성들은 주로 마을 행사 때 식사와 뒷정리를 담당한다. 그 뿐만 아니라, 일부지역에서는 아직도 제사를 지내는 집에 방문할 때 여성은 현관이 아닌 뒷문으로 출입을 해야하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포제를 지낼 때도 여성들이 출입하지 못하는 공간이 있으며, 생리 중인 여성은 부정을 탄다는 이유로 제사에 참여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제주도민들은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왔는데, 이는 제주지역의 가부장성이 공적영역에서의 여성의 배제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도 여성들이 체감하는 가정 내에서의 성차별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011, 통계청 자료 기준). 2015년 통계청의 자료를 살펴보면, 여성의 경제활동과 취업에 관한 의식과 관련하여 여성이 취업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는 ‘여성의 가사부담’으로 인한 장애 요인이 41.8%의 전국 평균보다 높은 45.4%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적 편견’이라는 응답은 전국평균이 41.3%인데 비해, 41.1%의 비율을 보여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2015, 통계청 자료 기준). 이는 제주 지역이 타지역에 비해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낮아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 편이나, 가정에서는 가부장적인 문화로 인하여 여성의 가사부담이 높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제주여성들이 경제적 노동과 가사노동의 이중적 노동의 상황(2011, 제주여성가족통계:49)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교묘하면서도 효과적인 타자화의 방법, ‘숭배하기’- ‘강인한 여성’

벨 훅스는 여가장(matriarch)을 둘러싼 흑인 여성 이미지는, 흑인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부정하고 노동을 착취하기 위한 백인남성, 백인여성, 흑인남성 중심사회가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라는 주장을 했다.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한, 사회적 약자인 흑인 여성을 ‘여가장’으로 신화화하는 이미지는 인종적, 성적으로 흑인여성이 받아온 이중적 차별을 은폐할 뿐이라는 것이다(태혜숙, 2001,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김영순, 2013 재인용). 벨 훅스의 이 이론은 ‘제주지역여성담론’에도 적용 될 수 있다. 즉, 실질적인 의사결정과정과 사회·정치활동의 중심에서 배제되는 등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한 제주여성에게, ‘강인한 제주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여 여성의 노동을 착취해왔으며, 이를 통해 사회구조를 유지해 온 것이다.

‘강인한 제주여성 담론’은 제주 지역의 가부장 문화가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이다. 처음부터 제주여성의 현실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외부인의 시선에 비친 신비로움(고된 노동을 견디는 제주 해녀가 내뱉는 ‘숨비소리’*, 여자가 많은 ‘여다(女多)의 섬’ 등)이 반영된 제주여성담론은 사실 그 자체가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담론은 제주에 실제 거주하는 여성들을 오히려 소외시키고 타자화***시키며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해왔다. 제주여성담론은 해체되어야 할 것이며, 제주 여성 개개인의 현실을 담은 새로운 인식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강인한 제주여성’담론에 관한 비판적 연구, 김영순, 2013
글쓴이: 김하나

 

*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를 뜻한다. 하지만 숨비소리는 ‘삶에 대한 경외심, 애절함’등을 느낄수 있는 ‘신비스러운 소리’라고 회자되며, 해녀들의 노동 역시 ‘가족의 부양을 위해 고된 물질을 감내하는 대단함, 희생정신, 경외로움’ 등으로 회자되면서 신성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로 그려지곤 한다.

** 오리엔탈리즘이란 간단히 말해 “서양의 동양에 대한 고정되고 왜곡된 인식과 태도 등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즉, 대상의 현실과는 상관없이 외부인의 시선에서 대상을 왜곡하여 인식하고, 담론을 생산하여 대상을 억압하는 것이다. 이는 제주도 여성담론이 형성되는 과정에 적용될 수 있으며, 따라서 오리엔탈리즘으로 표현하였다.

*** 타자화란 특정 대상을 말 그대로 다른 존재로 보이게 만듦으로써, 실재와는 분리된 존재로 부각시키는 말과 행동, 사상, 결정 등의 총집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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